캔·통조림 코팅제 비스페놀 A, 남녀 대사·면역체계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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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음식 포장재와 금속 캔 내부 코팅, 그리고 일부 플라스틱 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비스페놀 A(Bisphenol A, BPA)가 남성과 여성의 신진대사와 면역 기능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스페놀 A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의 강도를 높이거나, 금속 캔 내부를 코팅해 식품이 금속과 직접 닿지 않도록 막는 용도로 널리 쓰인다. 그러나 체내에 들어오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 호르몬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이 물질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일부 용도가 금지됐지만, 여전히 포장식품과 캔류 음료, 일부 플라스틱 용기 등에서 검출된다. 인체는 일상적으로 BPA에 노출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체내 농도는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Uppsala University) 연구진은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BPA 노출 실험을 진행해, 태아기 노출이 성체가 된 이후의 유전자 발현과 대사 기능, 면역 반응에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암컷은 남성형, 수컷은 여성형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보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메디신(Communications Medicine)에 게재됐다.

비스페놀 A(BPA)는 식품이 금속과 직접 닿지 않도록 캔·통조림 내부 코팅에 사용된다. 이 코팅층에서 용출된 BPA는 체내에 흡수돼 호르몬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아기 노출, 성체의 유전자와 대사 기능까지 변화

비스페놀 A(BPA)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합성 화학물질이다. 식품이 금속과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캔·통조림 내부 코팅, 일부 포장재, 플라스틱 용기 등에 쓰인다. 여러 나라에서 사용이 제한됐지만 여전히 식품 포장재나 캔 제품에서 검출되며, 사람의 혈액과 소변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일부는 안전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보고됐다. 문제는 이 물질이 일시적 자극이 아니라, 호르몬계에 장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임신한 쥐에게 BPA가 포함된 물을 제공해 태아기에 노출시킨 뒤, 새끼 쥐가 성체가 된 후 골수의 유전자 발현과 혈액 내 대사 지표를 분석했다. 투여량은 사람의 일상적 노출 수준(0.5μg/kg/일)과 2015년 당시 ‘안전 기준’으로 간주된 고농도(50μg/kg/일) 두 가지였다.

비스페놀 A는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해 남성과 여성 모두의 유전자 발현과 대사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그림은 BPA 분자가 인체 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하는 과정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모습이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결과는 성별에 따라 달랐다. 암컷은 남성형, 수컷은 여성형 유전자 발현 패턴을 보였다. 암컷에서는 세포 증식 관련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종양성 변화와 유사한 대사 반응이 나타났고, 수컷은 인슐린 저항성과 지질대사 이상, 갑상선 기능 과활성 등 대사증후군 초기 징후를 보였다. 연구팀은 “태아기 노출로 인한 유전자 변화가 성체에서도 지속돼 장기적인 생리 변화를 남긴다”고 밝혔다.

면역 반응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수컷의 T세포 활성은 증가했지만 암컷에서는 감소했다. 혈액 분석에서도 암컷은 혈당이 낮고 인슐린과 테스토스테론이 높아 다낭성난소증후군(PCOS)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연구진은 “비스페놀 A가 여성의 생식 건강과 남성의 대사 기능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린드(Thomas Lind) 연구원은 “극히 낮은 농도의 BPA도 유전자 발현과 대사 경로를 장기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비스페놀 A 노출이 PCOS와 대사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기존 인체 연구를 강화하며,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올해 일일 허용 섭취량을 2만 배 낮춘 결정(0.2나노그램/kg/일)의 과학적 근거가 됐다.

국내에서도 환경부는 2019년부터 유아용 젖병과 식기류 등에 BPA 사용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캔류 식품과 일부 포장재에서는 검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BPA의 사용 저감뿐 아니라, 대체 물질의 안전성 검증과 인체 노출 실태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Thomas Lind et al, Developmental low-dose bisphenol A exposure leads to extensive transcriptome female masculinization and male feminization later in life, Communications Medicine (2025). DOI: 10.1038/s43856-025-01119-8

자료: Communications Medicine / Uppsala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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