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상태에 놓인 남성들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많은 남성들이 친구는 있지만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친구’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문제는 친구의 수가 아니라 관계의 깊이이며, 그 배경에는 감정을 숨기도록 만드는 사회적 남성성 규범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남성들이 ‘친한 친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남성 5명 중 1명, 영국인 남성 3명 중 1명은 가까운 친구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또 많은 남성들이 “나를 진짜로 아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많은 남성들이 어릴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슬프거나 힘든 이야기를 꺼내면 놀림을 받거나, ‘약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자신의 마음을 숨기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남성은 친구가 외로움과 불안을 털어놓았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대화를 피했고, 결국 서로의 진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놓쳤다. 또 다른 남성은 친구에게 애정을 표현했다가 놀림을 받은 경험 이후, 오히려 자신도 다른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비난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처럼 남성들 사이에서는 스포츠, 일, 정치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쉽게 나누지만,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는 문화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관계는 유지되지만, 깊어지지는 않으면서 각자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관계의 깊이가 삶과 건강을 바꾼다
흥미로운 점은, 가까운 친구가 있는 남성일수록 정신 건강 상태가 더 좋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깊은 인간관계는 외로움에서 오는 각종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남성들이 외로움을 경감시키기 위해 감정적 지지를 연인이나 가족, 특히 여성에게만 의존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관계에 부담을 주고, 남성들끼리의 관계는 더 얕아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반대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관계를 키운 남성들의 사례는 다르다. 어떤 친구들은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서로의 상태를 묻고, 외로움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때로는 특별한 활동 없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낀다. 이런 관계에서는 “사랑한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오간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용기’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먼저 커피를 제안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작은 행동이 관계를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연구가 말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남성에게 부족한 것은 친구의 숫자가 아니라,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계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는 약간의 용기와 연습을 통해 충분히 형성될 수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Too many men lack close friendships. What’s holding them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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