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00만 년 전, 콜롬비아의 강가에는 육상과 수중의 두 포식자가 공존하고 있었다. 빠른 다리와 강한 부리를 지닌 거대 조류 ‘테러 버드(terror bird)’, 그리고 물속에서 잠복하며 사냥하던 대형 카이만(caiman)이 각각의 생태적 틈새를 차지했다. 하지만 물가에서는 이들의 활동 반경이 겹쳤고, 실제로 한 마리의 테러 버드가 이 충돌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뚜렷한 이빨 자국, 산 채로 강한 습격 받았을 가능성
콜롬비아 라 벤타(La Venta) 지층은 중신세 시대 남미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화석 산지로, 다양한 척추동물의 잔해가 다수 발견된 곳이다. 이곳에서 발굴된 테러 버드의 대퇴골(허벅지뼈)에는 네 개의 뚜렷한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고, 연구진은 이를 고해상도 3D 표면 스캔과 디지털 모델링 기법으로 분석했다.

[사진=Biology Letters 2025, DOI:10.1098/rsbl.2025.0113]
(a) 화석 MT−0200과 현생 검은카이만(Melanosuchus niger, 표본 UF-Herp-53600)의 두개골 3D 모델을 동일한 비율로 중첩한 이미지. 검은카이만의 추정 체장 4.84m를 기준으로 중간 크기 푸루사우루스를 가정했다. 스케일 바: 50mm.
(b) 두 모델의 중첩 부위 확대. 검은카이만 이빨과 MT−0200 뼈의 이빨 자국이 형태와 간격 면에서 일치한다. 스케일 바: 50mm.
(c) 푸루사우루스 네이벤시스가 테러 버드를 공격하는 장면을 묘사한 삽화.
(d) 푸루사우루스 네이벤시스가 죽은 테러 버드를 청소하는 장면을 묘사한 삽화.
삽화: Julian Bayona Becerra
그 결과, 자국의 크기와 간격, 배열은 이 지역에서 같은 시기 서식한 대형 카이만 푸루사우루스 네이벤시스(Purussaurus neivensis)의 치아 구조와 가장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
자국에는 뼈가 아물거나 재형성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이는 개체가 공격 직후 즉시 사망했으며, 손상 이후 생존 기간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고생물학에서 이러한 비가유합 손상은 포식자와의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해당 자국이 실제 사냥 과정에서 남은 것인지, 아니면 이미 죽은 개체에 가해진 청소 행동의 결과인지는 단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국이 깊고 집중된 형태로, 단단한 대퇴골처럼 손상에 강한 부위에까지 남아 있다는 점은 단순한 훼손보다는 공격적 행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물기 형태와 자국의 방향성은 포식자가 사체를 뜯어먹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대상을 적극적으로 제압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수중 포식자가 물가로 접근한 육상 포식자에게 기습을 가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최상위 포식자도 물가에선 사냥감이 된다
이번 연구는 중신세 생태계에서 수중 포식자와 육상 포식자가 어떻게 교차할 수 있었는지를 생태적 맥락 속에서 분석했다. 건기 등 특정 시기, 육상 동물이 물을 마시기 위해 수원에 접근하면서 수중 포식자와의 접촉이 불가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오늘날 아프리카의 물웅덩이에서 관찰되는 포식 양상과 유사하다.
테러 버드와 푸루사우루스가 실제로 충돌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번 사례는, 고대 생태계에서도 생물 간 경계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당시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였던 육상 조류조차 서식지의 경계에서는 기습의 대상이 될 수 있었으며, 먹이사슬 내 포식자 간 경쟁과 위험이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Andres Link et al, Direct evidence of trophic interaction between a crocodyliform and a large terror bird in the Middle Miocene of La Venta, Colombia, Biology Letters (2025). DOI: 10.1098/rsbl.2025.0113
자료: Biology 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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