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향 꿀 탄생, 버려지던 코코아 껍질 재활용 토종벌꿀 추출

뚜껑을 열자 달콤한 향이 올라왔다. 곧바로 코코아의 깊은 향이 뒤따랐다. 벌꿀이 맞는데, 초콜릿의 여운이 입안에 머문다. 브라질 연구진이 코코아 빈 껍질과 토종벌 꿀을 결합해 만든 새로운 꿀이다. 폐기되던 코코아 껍질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해 꿀 속으로 옮겨 담으면서, 초콜릿 향과 기능성 성분을 동시에 지닌 제품이 탄생했다.

토종벌 꿀을 용매로 활용한 초음파 추출

상파울루주립대(UNICAMP) 연구팀은 코코아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 껍질에 포함된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페놀 화합물 등 생리활성 물질을 토종벌 꿀로 추출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이 추출 과정에는 초음파 보조 추출 기술이 사용됐다. 꿀과 코코아 껍질을 혼합한 용액에 금속 프로브를 넣고 초음파를 가하면 내부에 미세 기포가 생성·붕괴하며 순간적인 열·압력 상승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껍질 조직이 분해되고 내부 물질이 꿀로 이동한다. 토종 무침벌 꿀(Melipona·Scaptotrigona·Tetragonisca 등 5종)은 수분 함량이 높고 점도가 낮아 용해 능력이 우수해 선택됐다. 실험 결과 꿀 속 페놀 화합물 농도가 증가했고 항산화·항염 활성도 강화됐다. 연구진의 감각평가에서는 꿀과 껍질의 비율에 따라 뚜렷한 초콜릿 풍미가 확인됐다. 연구는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최신호 표지 논문으로 발표됐다.

식품·화장품 원료, 디저트 등에 활용 기대

코코아 껍질은 초콜릿 제조 과정에서 대부분 폐기되는 부산물이다. 연구팀은 이 폐기물을 기능성 원료로 전환해 지역 카카오 농업과 양봉 산업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초음파 추출 방식은 공정 시간이 짧고 에너지 소비가 적으며 화학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식품 산업에서 친환경 기술로 분류된다.
지속가능성 분석 프로그램 Path2Green 평가에서 이 제품은 -1~+1 범위 중 +0.118을 기록했다. 해당 점수는 지역 자원을 그대로 활용한 준비된 용매(벌꿀) 사용, 낮은 정제 과정, 짧은 운송 거리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구팀은 현재 초음파 처리가 꿀 속 미생물을 파괴해 냉장 보관 없이도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지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토종벌 꿀은 일반 꿀보다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 보통 냉장·숙성·탈습 과정이 필요하다. 초음파로 세균 세포벽이 파괴되면 상온 보관이 가능해지고 유통기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해당 기술은 이미 특허 등록이 완료됐으며, 연구팀은 상용화를 위한 산업 파트너를 모집하고 있다. 향후 코코아 농가·양봉 협동조합·소규모 가공업체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모델로 활용될 수 있으며, 식품·화장품 원료, 고급 디저트, 고급 요리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토종벌 꿀을 용매로 활용한 다른 식물성 부산물 추출 실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Felipe Sanchez Bragagnolo et al, Stingless Bee Honeys As Natural and Edible Extraction Solvents: An Intensified Approach to Cocoa Bean Shell Valorization,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2025). DOI: 10.1021/acssuschemeng.5c04842

자료: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  FAPE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