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생기고, 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행성이 생긴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 우주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일본 연구진은 새로운 영상 복원 기술을 이용해, 별이 탄생한 지 수십만 년밖에 되지 않은 원반 속에서 이미 고리와 나선 구조가 형성됐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는 행성 형성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별과 행성은 ‘함께’ 자란다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행성의 흔적은 원반의 구조로 남는다
별은 차가운 분자 가스와 먼지가 중력으로 뭉치며 탄생한다. 이때 형성되는 원반, 즉 ‘원시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은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져 있고, 이 안에서 행성이 만들어진다. 만약 원반 안에서 행성이 생겨나고 있다면, 그 중력은 주변 물질을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면서 고리(ring), 간극(gap), 나선형 구조 같은 특징적인 흔적을 남긴다. 과학자들은 이런 구조를 ‘행성이 존재한다는 신호’로 해석해왔다.
지금까지는 ALMA 전파망원경의 대형 프로젝트인 DSHARP(별의 나이 약 100만 년 이상)와 eDisk(별 탄생 초기 10만 년 이하)를 통해 이 구조들을 관측해왔다. DSHARP에서는 상당수 원반에서 구조가 발견된 반면, eDisk에서는 뚜렷한 구조가 드물었다. 이런 결과는 그동안 “행성 형성은 별이 안정된 뒤 수십만 년 이상이 지나야 시작된다”는 통념을 강화했다.
해상도 3배 높이자, 새로운 구조 드러나
일본 국립천문대 연구팀은 이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기존 ALMA 데이터에 ‘희소 모델링(sparse modeling)’ 기반의 영상 복원 기술을 적용해 해상도를 세 배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된 공개 소프트웨어 ‘PRIISM’을 활용했고, 뱀주인자리 성운 내 78개의 원시행성계 원반을 분석했다. 같은 관측 자료를 사용하면서도 훨씬 정밀한 이미지를 얻은 것이다.
그 결과, 총 27개의 원반에서 고리 또는 나선형 구조가 관측됐고, 이 중 15개는 이번에 처음 확인된 사례였다. 이는 DSHARP와 eDisk 프로젝트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숫자이며, 원시행성계 원반의 구조 통계 분석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한다.

[사진=ALMA(ESO/NAOJ/NRAO), A. Shoshi 외]

[사진=A. Shoshi 외]
별과 행성, 함께 태어난다
연구진은 관측 대상의 원반 반지름과 별의 진화 정도를 비교해, 반지름이 30천문단위(AU)를 넘는 원반에서는 행성 형성의 흔적이 더 자주 나타난다는 경향을 발견했다. 특히 볼로메트릭 온도(bolometric temperature) 분석에 따르면, 별이 태어난 지 수십만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도 이런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행성과 별이 거의 동시에 성장하는 ‘공동 성장 모델(co-formation model)’을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다. 원반 속 가스와 먼지가 아직 풍부한 상태에서 행성 형성이 시작된다는 이 가설은, 향후 외계 행성계의 기원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Y. Nakamura, A. Shoshi 외]
연구 책임자 쇼시 아유무(Ayumu Shoshi)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관측 공백으로 남아있던 별의 진화 초기 단계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며 “다른 별 탄생 지역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반복된다면, 행성 형성 이론 자체가 재정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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