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오랫동안 선사시대의 채굴 노동을 남성의 몫으로 생각해왔다. 깊은 갱도를 파고 돌을 캐내는 일은 힘과 지구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고고학 연구에서 이런 통념은 자연스러운 전제였다.
그러나 체코 크룸로프 숲의 체르트(chert) 광산에서 확인된 매장지는 이 가정을 흔들고 있다. 채굴 현장에서 발굴된 유골 세 구 가운데 성인 두 명이 여성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DNA 분석 결과 두 여성은 가까운 친족, 아마도 자매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채굴 현장에서 여성의 유골이 확인된 것은 선사시대 광업 노동이 남성에게만 한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다. 이 사실은 당시 노동이 성별에 따라 어떻게 분담되었는지, 또 채굴이 단순한 자원 채취가 아니라 지위와 권위를 상징하는 도구 제작이나 장례 의례와 같은 사회적 맥락과도 연결되어 있었음을 드러낸다.

체코 광산 매장지서 발견된 유골···여성의 노동 역할 드러내
국제학술지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에 발표된 연구는 체코 크룸로프 숲 체르트(chert) 광산 매장지에서 발굴된 유골 세 구를 다학제적으로 분석했다. 채굴 현장 내부에서 확인된 이 매장은 유럽에서 알려진 가장 이른 시기의 광산 매장 중 하나로, 선사시대 채굴과 매장의 성격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성인 두 구는 각각 30~35세, 35~40세의 여성으로 판명됐고, DNA 분석 결과 두 사람은 친족일 가능성이 높았다. 치아와 뼈에는 성장기 심각한 스트레스 흔적이 남아 있었으나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함께 묻힌 신생아는 임신 38~40주 무렵 사망했으나 두 여성과 혈연관계는 없었다. 왜 같은 무덤에 합장되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체르트는 석기 제작에 쓰이는 규질암으로, 지표에서도 채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는 최대 8m 깊이의 갱도를 파고 체르트를 캐냈다. 체르트로 만든 도끼와 단검은 단순한 생활 도구가 아니라 지위를 상징하는 위신재였고, 의례적 매장에도 부장됐다. 따라서 채굴은 단순한 자원 확보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 조상 숭배, 지하 세계와의 연관성을 담은 행위였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유골이 광산 내부에서 확인된 사실은 이러한 맥락과 맞물리며, 당시 노동이 성별에 따라 일률적으로 구분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선사시대 노동 조직과 위계 작동 근거
이번 매장은 선사시대 노동이 성별에 따라 고정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채굴 인력이 반드시 체력이 강한 남성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으며, 친족 관계나 사회적 지위, 공동체의 통제 가능성이 선발 기준이 되었을 수 있다. 두 여성의 참여가 자발적이었는지, 강제에 의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동이 단순한 힘의 논리로만 조직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함께 묻힌 신생아는 두 여성과 혈연관계가 없었음에도 같은 무덤에 합장되었다. 이는 광산이 단순한 작업장이 아니라, 공동체의 규범과 상징이 투영된 공간이었음을 시사한다. 신생아 매장은 노동과 죽음, 의례가 한 장소에서 결합했음을 설명하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는 안정동위원소 분석과 추가 매장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사례는 체르트 채굴이 단순한 자원 채취를 넘어 지위와 의례, 공동체 질서와 연결된 행위였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Eva Vaníčková et al, Ritual Burials in a Prehistoric Mining Shaft in the Krumlov Forest (Czechia),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 (2025). DOI: 10.1007/s12520-025-02251-1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