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달 사이, 출퇴근길을 계산하다···100만 개 궤도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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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달에 기지를 세우는 계획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다. 하지만 달 표면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지구와 달 사이, 이른바 시스루나 공간을 어떻게 안전하게 오갈 것인가다. 최근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대규모 궤도 연구가 공개되며, 달 탐사의 보이지 않는 기반이 드러났다.

지구–달 사이는 왜 위험한가

시스루나 공간은 단순히 지구에서 달로 이동하는 직선 경로가 아니다. 이 영역에서는 지구와 달의 중력이 동시에 위성을 끌어당기고, 여기에 태양의 중력이 끊임없이 궤도를 교란한다. 태양빛이 물체를 미세하게 밀어내는 복사압, 지구가 방출하는 열 복사에 의한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위성은 여러 방향에서 힘을 받는다. 물리학에서는 이런 중력 환경을 삼체 문제로 분류한다. 세 천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시스템에서는 운동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장기적인 궤도 예측이 극도로 어려워진다.

이 개념은 대중에게 삼체로 알려졌지만, 실제 우주 비행에서는 이론적 흥밋거리가 아니라 실무적 난제다. 출발 시 위치와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거나, 태양 활동으로 인한 작은 외란이 가해지기만 해도 위성의 경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어긋난다. 단기간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던 궤도도 수개월, 수년이 지나면 충돌이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스루나 공간은 지금까지도 ‘머물기 어려운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달 주변 궤도는 단기 임무조차 불확실성이 크고, 장기 체류나 반복 운항을 전제로 한 임무에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지구와 달을 동시에 담은 NASA 오리온 우주선의 시스루나 비행 장면. 지구–달 사이 공간은 여러 중력이 겹치는 영역으로, 장기 임무를 위한 정밀한 궤도 계산이 필수적이다. [사진=NASA·arXiv ]

100만 개 궤도로 그린 시스루나 지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곳이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다. 연구진은 가능한 시스루나 궤도 100만 개를 수치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해 공개했다. 연구 결과와 데이터는 arXiv에 게시됐다.

연구진은 1980년 1월 1일 태양·지구·달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아, 가상의 위성을 6년간 추적했다. 계산에는 지구·달·태양의 중력뿐 아니라 지구–달 공명 효과, 태양 복사압, 지구 열복사 압력까지 포함됐다. 현실의 우주 환경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다. 결과는 분명했다. 3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된 궤도는 전체의 9.7%에 그쳤고, 대부분은 달 충돌, 지구 대기권 진입, 또는 시스템 이탈로 끝났다.

안정 구역은 어디에 모여 있나

혼란적인 궤도 분포 속에서도 안정성은 특정 영역에 집중돼 있었다. 가장 뚜렷한 곳은 지구–달 라그랑주 점이다. 특히 L4와 L5는 지구와 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으로, 위성이 비교적 적은 연료로 장기간 머물 수 있다. 달 주변 장기 활동을 목표로 한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루나 게이트웨이가 이와 유사한 중력 환경을 활용하려는 이유다.

이번 연구는 또 다른 안정 영역도 제시했다. 지구 정지궤도보다 약 다섯 배 먼 거리의 띠 모양 공간이다. 이 구간에서는 지구와 달 어느 쪽의 중력도 압도적으로 작용하지 않아, 궤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진행된다. 그 결과 일부 궤도는 수년간 유지되는 특성을 보였다. 라그랑주 점처럼 정밀한 위치 제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중계 위성이나 장기 임무를 위한 새로운 후보지로 주목된다.

달 시대를 준비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시스루나 공간을 감에 의존하던 영역에서 데이터로 설명 가능한 공간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안정과 위험이 어디에 분포하는지를 대규모 계산으로 정리함으로써, 향후 우주선 항법 소프트웨어와 궤도 설계 기술의 기준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달에 기지를 세우는 일은 건설이나 발사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이동 경로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지구와 달 사이의 복잡한 중력 환경을 미리 계산해 지도처럼 정리한 이번 연구는, 달 탐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준비 작업이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달 시대를 실제로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조건 중 하나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Travis Yeager et al, An Open Benchmark of One Million High-Fidelity Cislunar Trajectories, arXiv (2025). DOI: 10.48550/arxiv.2512.11064

자료: arXiv / Universe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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