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동연구진이 블랙홀과 중성자별 충돌을 포함한 새로운 중력파 사건 128건을 추가로 검출했다. 이번 성과로 지금까지 확인된 중력파 사건의 총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었으며, 중력파 천문학이 이제 단순한 ‘발견의 시대’를 넘어 체계적인 ‘정밀 관측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중력파란 무엇인가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현상으로,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충돌하거나 빠르게 운동할 때 시공간에 퍼져 나가는 잔물결이다. 2015년 미국의 LIGO 관측소가 처음으로 이를 직접 포착하기 전까지는 이론 속에만 존재했지만, 실제 검출 이후 천문학의 새로운 관측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중력파는 빛과 달리 물질에 가로막히거나 산란되지 않고 우주를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블랙홀 병합이나 중성자별 충돌처럼 극한의 사건을 이해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이 신호는 수천 km 떨어진 두 개의 레이저 간섭계로 광경로 길이의 미세한 변화, 원자핵보다도 작은 수준을 측정함으로써 검출된다.
LIGO·비르고·카그라, 중력파 128건 추가 검출
이번 성과는 미국의 LIGO, 이탈리아의 비르고, 일본의 카그라가 함께 운영하는 국제 중력파 관측 네트워크가 2023년 5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진행한 네 번째 관측 주기(O4)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로, ‘중력파 천이 사건 카탈로그(GWTC-4.0)’에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이번 주기에서 탐지기는 광학계와 진동 억제 장치를 개선해 민감도가 약 25% 향상되었고, 그 결과 관측 가능한 우주 부피가 크게 늘어나 이전에는 잡히지 않던 희미한 신호와 더 먼 거리에서 일어난 사건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새롭게 포함된 사건 가운데는 지금까지 기록된 중력파 중 가장 강력한 신호인 GW230814이 있다. 이 신호는 두 개의 블랙홀이 병합한 뒤 형성된 새로운 블랙홀이 다시 또 다른 블랙홀과 충돌하는 ‘계층적 병합(hierarchical merger)’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관측으로, 별이 밀집한 성단이나 은하 중심부 같은 극한 환경에서 블랙홀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또 다른 주목할 사건은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한 쌍을 이루어 병합한 GW230518로, 블랙홀-중성자별 충돌을 직접적으로 검출한 드문 사례에 해당한다. 이러한 관측은 중성자별 내부의 초고밀도 물질 상태, 블랙홀이 별을 집어삼키는 과정, 그리고 폭발적 전자기 신호의 동반 여부 등 천체물리학의 핵심 난제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주 법칙과 구조 정량적 탐구 새 단계
연구진은 이번 대규모 데이터 축적이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허블상수를 보다 정밀하게 추정하고, 일반상대성이론이 대규모 우주 스케일에서도 여전히 성립하는지를 검증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개별 사건에서 얻은 거리와 질량, 스핀 정보가 집계되면서 우주론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우주의 진화를 이해하는 기반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연구진은 초민감 탐지기 개발과 고도화된 분석 기법으로 극도로 희미한 신호까지 잡아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중력파 연구는 단순한 ‘첫 발견’의 단계에서 벗어나 우주 법칙과 구조를 정량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베라 루빈 천문대 같은 차세대 광학 관측 시설이 가동되면, 중력파와 빛을 동시에 포착하는 멀티메신저 관측이 본격화돼 별의 진화, 블랙홀 형성 과정, 우주 팽창의 비밀을 더욱 깊이 탐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GWTC-4.0: Updating the Gravitational-Wave Transient Catalog with Observations from the First Part of the Fourth LIGO-Virgo-KAGRA Observing Run, arXiv (2025). DOI: 10.48550/arxiv.2508.18082
자료: a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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