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는 정신과 전문의 박종석(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 출연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주식 중독에 빠져 무너졌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주식으로 1억 잃은 사람의 마음은 2억 잃은 사람만이 안다”며 자신의 실패담을 유쾌하게 풀어내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의사 박종석의 이야기는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라, 중독이 얼마나 쉽게 일상을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다가왔다. 환자를 상담하던 의사가 어느 순간 스스로 통제력을 잃어갔다는 사실은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라, 누구나 중독의 흐름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박종석의 고백은 주식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겐 깊은 공감이 되었고, 동시에 실패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작은 희망까지 남겼다.
첫 수익이 만든 확신의 폭주
박종석은 자신이 투자에 깊이 빠져들게 된 출발점을 ‘첫 수익의 착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관련 종목에서 예상보다 큰 85퍼센트 수익을 얻었을 때, 그는 단순한 운이 아니라 마치 시장의 흐름을 읽어낸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
그때 생긴 자신감은 과도한 판단으로 이어졌다. 수익을 확인한 직후 고급 갈비집에서 스스로 절제가 잘 된다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 그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8천5백만 원을 특정 주유소 브랜드 종목에 한꺼번에 넣었다. 처음의 성공이 오히려 위험 신호를 가렸던 순간이다.
불안정한 시장이 금세 현실을 드러냈다. 이틀 뒤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락했고, 그는 손이 떨려 마우스를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의 강한 생리적 긴장을 경험했다. 환자들이 말하던 공황 증상이 어떤지 처음으로 이해한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악재는 이어졌고, 2013년 해당 회사 회장이 구속되자 주가는 다시 크게 떨어졌다. 결국 그는 65퍼센트 손실을 감당한 채 종목을 정리해야 했다.
중독, 멈추지 못한 선택과 무너진 일상
손실을 확인했음에도 그는 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다시 2억 원을 모았고, 1억 원 대출까지 받아 총액을 늘렸다. 그러나 잔고는 4개월 만에 1억5천만 원으로 줄었다.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은 오히려 더 강해졌고, 그는 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지방 병원으로 이동해 월급 대부분을 다시 주식에 투입했다.
미국 대선까지 고려하며 특정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올인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투자 종목은 상장폐지로 사라졌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진료 시간에도 문을 닫고 주가를 확인할 정도로 일상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권고사직 이야기가 나왔고, 그는 거주하던 13층 창가를 바라보며 극단적인 생각이 떠오를 만큼 정신적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까지 고려하며 특정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올인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투자 종목은 상장폐지로 사라졌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진료 시간에도 문을 닫고 주가를 확인할 정도로 일상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권고사직 이야기가 나왔고, 그는 거주하던 13층 창가를 바라보며 극단적인 생각이 떠오를 만큼 정신적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그는 처음으로 ‘멈춰야 한다’는 경계를 느꼈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이 환자들에게 조언해왔던 중독의 패턴이 그대로 자신의 행동에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 그는 휴직을 결정하고, 스스로의 투자 기록과 판단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손실이 난 순간의 감정, 충동적으로 매수한 이유, 불안이 커진 시점 등을 분석하면서 반복되던 행동의 흐름을 하나씩 끊어냈다. 생활 리듬을 회복하기 위해 상담과 치료도 병행했고, 투자 관련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며 심리적 거리를 확보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그는 다시 진료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중독이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행동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은 이후 그가 주식·도박·게임 등 행동 중독 환자를 진료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됐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 중독의 구조와 치료 방향
정신의학에서는 투자·도박 등 ‘행동 중독’을 뇌의 보상 회로가 반복 자극에 적응하면서 통제력이 약해진 상태로 본다. 도파민 회로가 과활성화되면 갈망이 강화되고, 판단과 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기능이 흐려진다.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예민해지면 불안을 줄이기 위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구조가 굳어진다.
아래 표는 행동 중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정리한 것이다.
| 구분 | 내용 |
|---|---|
| 중독 증상 | 손실 만회 집착, 반복적 매수·매도 충동, 수면·식사·일상 리듬 붕괴, 직업·가정 기능 저하 |
| 치료 접근 | 인지행동 치료를 통한 판단 패턴 교정, 환경 자극 차단, 스트레스 관리, 일상 구조화, 자기 기록 기반 점검 |
| 핵심 원리 | 중독은 의지가 아닌 뇌 회로 변화, 행동 중단보다 ‘통제력 회복’이 중심, 재발은 과정의 일부 |
아래는 행동 중독 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다. 의학적으로는 다섯 개 이상 해당될 경우 전문 상담이 권장된다.
| 항목 | 구체적 징후 |
|---|---|
| 손실 만회 집착 | 하루 대부분을 손실 복구 전략에 쓰며 정상적 판단이 줄어든다 |
| 반복 행동 | 멈추겠다고 여러 번 결심했지만 행동이 계속된다 |
| 생체 리듬 붕괴 | 수면·식사 불규칙, 피로 축적, 낮·밤 교체 |
| 기능 저하 | 업무·진료·가사 등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주가 확인을 우선한다 |
| 은폐 행동 | 투자 금액·손실 규모를 가족·지인에게 숨긴다 |
| 감정 진정 목적 사용 | 불안·우울·짜증이 높을수록 투자로 감정을 조절하려 한다 |
| 외부 탓 전가 | 손실을 뉴스·환경·타인 탓으로 돌리며 내부 판단을 점검하지 않는다 |
| 위험 판단 둔화 | 금액이 커져도 위험 감각이 줄고 과도한 비중을 유지한다 |
| 신체적 경고 신호 | 주가 변동에서 심계항진·손 떨림·땀·속 쓰림 등 생리 반응이 나타난다 |
중독 치료는 개인의 결심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국내에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국가적 지원 체계가 이미 마련돼 있으며, 상담·치료·재활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다. 그러나 실제 회복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흐름을 끊어내려는 개인적 노력이다.
박종석의 경험처럼 과도한 반복 행동이 일상을 흔들기 시작할 때 전문적 개입은 필수적이며, 기존의 치료 프로그램과 개인의 변화 의지가 만날 때 회복의 가능성은 커진다. 행동 중독 역시 뇌의 통제 시스템이 약해진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치료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체계적 지원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과정이다. 국내 중독 치료 인프라와 개인적 시간·환경 조절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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