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산포동물, 열대림 탄소 흡수 능력 최대 4배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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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열대림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육상 탄소 흡수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기능은 단지 나무의 양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미국 MIT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씨앗을 먹고 다른 장소에 배설하거나 떨어뜨리는 ‘종자산포 동물’의 존재가 숲의 탄소 흡수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

종자 산포 동물에는 열대우림에서 열매를 섭취하는 조류(예: 뚜껑새, 비둘기류), 원숭이류, 설치류, 주머니쥐, 박쥐 등이 포함되며, 일부 지역에서는 코끼리나 테이퍼 같은 대형 초식동물도 주요 산포자로 작용한다. 이들은 열매를 먹은 뒤 씨앗을 멀리 떨어진 곳에 배설하거나 무심코 떨어뜨려 새로운 개체군 형성의 출발점을 만든다. 전체 열대 수목의 75% 이상이 이러한 동물에 의존해 씨앗을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PNAS》에 게재됐으며, 종자산포 기능이 유지된 숲은 그렇지 않은 숲보다 최대 4배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생물다양성과 탄소 순환이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 작동 구조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통합된 체계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큰부리새(hornbill). 과일을 먹고 씨앗을 멀리 배설하는 대표적인 종자산포 동물로, 열대림의 식물 다양성과 탄소 저장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종자 산포가 이루어지는 숲, 탄소 저장량 ↑

연구팀은 전 세계 1만 7000여 개의 열대림 복원지를 분석해, 종자산포 동물의 활동과 토양 내 탄소 축적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추적했다. 분석 결과, 동물의 이동과 씨앗 산포가 활발히 이루어진 지역일수록 자연 재생 속도가 빠르고, 연간 탄소 저장량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산포 기능이 유지된 지역에서는 헥타르당 연간 약 1.8톤의 탄소가 더 저장돼, 복원 과정에서 탄소 축적률이 평균 57%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동물 존재의 효과가 아니라, 씨앗 산포 → 발아 → 개체군 확장 → 숲의 구조 다양성 회복 → 장기적인 탄소 고정이라는 생태계 내 연속적 기작이 작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열대우림 바닥에 떨어진 과일 씨앗과 이를 섭취하는 조류. 종자산포 동물은 숲의 식생 회복과 탄소 저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생태적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동물 개체군이 붕괴된 숲은 단순히 나무를 다시 심더라도 생태학적 기능과 탄소 저장 능력을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며, 생물다양성은 단지 구성 요소가 아니라 탄소 순환 시스템을 지탱하는 기능적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동물에 의한 종자산포가 숲의 생물학적 복원뿐 아니라 탄소 저장 기능의 회복에도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정량적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는 자연 복원이 성공하려면 ‘숲의 구조’뿐 아니라 ‘기능 회복’까지 동반돼야 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기후 복원 전략, 생물다양성 조건이 좌우

이번 연구는 탄소 흡수 전략으로 주목받는 자연 복원이 단순한 나무 심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생물다양성이 유지될 때에만 생태계의 기능과 흡수력이 회복된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

자연 재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종자산포 동물이 실제로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하며, 이를 위해 생태 연결 통로 확보, 야생동물 거래 억제, 산포를 유도하는 수종 식재 등 구체적인 생태계 복원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미 동물 개체군이 붕괴된 지역의 경우, 단순 재생만으로는 탄소 저장 효과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생물 복원과 식재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 개체군 없이 인위적으로 복원된 열대림. 나무는 심어졌지만, 과일도 동물도 보이지 않는 숲은 종자산포가 이루어지지 않아 생태 기능과 탄소 저장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

이번 결과는 현재 활용되는 탄소모델링과 정책 설계 방식에도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산림 복원 시뮬레이션은 동물과 식물 간 상호작용을 반영하지 않아, 탄소 회복력을 과대 추정하거나 지역 간 격차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MIT 연구진은 앞으로 가뭄, 산불 등 기후 스트레스 요인과 함께 종자산포 동물의 감소가 탄소 저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리해 정량화할 계획이다.

테레르 교수는 “열대림은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의 약 3분의 1을 흡수하는 지구 시스템의 핵심 축이지만, 동물이 사라지면 그 시스템의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Evan C. Fricke et al, Seed dispersal disruption limits tropical forest regrowth,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5). DOI: 10.1073/pnas.2500951122

자료: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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