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로젤 내부 구조를 종이접기 원리로 설계해 약물을 단계별로 정밀하게 방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별도 장치 없이도 팽창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약물전달 시스템의 정밀성과 반복 안정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서울과학기술대 윤현식 교수와 서울대 이원보 교수 공동 연구팀이 하이드로젤 미세 기공에 ‘접힘 구조’를 적용해 약물 방출을 정량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매터(Matter) 6월 게재됐다.
하이드로젤은 수분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면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할 수 있는 고분자 소재로, 온도나 산도(pH) 같은 환경 자극에 반응한다. 생체적합성이 뛰어나 약물 전달, 조직 재생, 스마트 드레싱 등 다양한 의료 응용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세 기공 구조의 팽창 방향을 예측하거나 정밀 제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기존의 원형 기공은 팽창 시 개폐 방향이나 속도 제어가 불가능해, 약물을 원하는 양만큼 조절해 방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존 원형 기공은 팽창 시 무작위로 열리거나 접히는 반면, 연구팀은 기공 가장자리에 힌지(접힘 경계)와 면을 도입해 정해진 방향으로 안정적으로 접히는 구조를 구현했다.
하단은 실제 미세 기공이 팽창하면서 달라지는 형태를 촬영한 이미지와, 접힘 강도를 수치로 시각화한 결과다. 하이드로젤 미세 기공 작동원리 [사진=윤현식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리가미(종이접기) 원리를 응용한 힌지 구조를 하이드로젤 기공 가장자리에 도입했다. 팽창 시 접힘 방향을 미리 설계된 대로 유도할 수 있도록 한 구조로, 별도의 외부 장치 없이도 기공의 동작 방향, 개폐 범위, 복원성까지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험 결과, 이 구조는 팽창과 건조 사이클을 10회 이상 반복한 뒤에도 초기 형태의 92%를 유지했으며, 5㎛, 20㎛, 50㎛ 크기의 입자를 순차적으로 방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처럼 약물을 한 번에 쏟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양을 단계적으로 조절해 방출할 수 있는 구조다.
윤현식 교수는 “팽창 과정에서 스스로 접히는 면 구조를 통해 하이드로젤의 불규칙한 변형 문제를 해결했다”며, “향후 다단계 정량 약물전달, 생체 삽입형 기기, 조직 내 반응 조절 등 다양한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