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이 자율비행 기술을 군수 작전의 핵심 도구로 끌어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 리라이어블 로보틱스(Reliable Robotics)가 개발한 ‘리라이어블 오토노미 시스템(RAS)’을 범용 경비행기 Cessna 208B 카라반에 탑재해 무인 화물 수송을 시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과거에는 시연 행사에서나 볼 수 있던 기술이 이제 실제 군수 현장에서 조종사 없는 임무 수행을 가능케 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자율비행 기술과 운용 효율성
카라반은 구조가 단순하고 유지비가 낮아 전 세계적으로 화물·인원 수송에 널리 쓰이는 기체다. 여기에 적용되는 RAS는 기종에 구애받지 않는 플랫폼 독립형 시스템으로, 자동 이륙·항법·착륙을 통합 지원한다. 센서 융합과 비행 제어, 항공 교통 통신을 묶어낸 소프트웨어 기반 구조가 핵심이며, 이를 통해 항공기는 조종사 없이도 항로를 설정하고 기상 변화나 관제 지시에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카라반은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해, 전방 기지나 임시 활주로에서 매일 필요한 물자를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다. 군용 대형기보다 운용 비용이 크게 낮아 ‘가성비’ 면에서도 뛰어난 대안으로 평가된다. 격추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인명 손실이 없다는 점 또한 무인기 투입의 전략적 장점이다. 미 공군은 같은 시스템을 KC-135 공중급유기에도 적용해 화물 수송을 넘어 공중급유 자동화 가능성까지 검증할 계획이다.

민첩 전투 운용과 미래 전망
이번 사업은 미 공군의 ‘민첩 전투 운용(Agile Combat Employment, ACE)’ 전략과 맞닿아 있다. ACE는 분산된 거점에 신속하고 불규칙적으로 물자를 투입해 작전 생존성을 높이는 개념이다. 자율비행기가 투입되면 단순히 인력을 절감하는 차원을 넘어, 임무 회전율을 높여 물자 보급의 간격을 줄이고, 소규모 전진 기지의 자립적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역할 확장이 관건이다. 화물 수송에 머물지 않고, 정찰 플랫폼으로 장시간 체공하며 상황 인식을 지원하거나, 공중급유기의 임무 주기를 자동화해 대규모 작전의 연속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현실화될 수 있다. 또 전투 지원 영역에서는 위험도가 높은 초기 침투 임무를 무인화해 유인기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활용도 가능하다.
전 공중기동사령관 마이크 미니핸은 “자율항공기는 단순히 인력 절감 수단이 아니라, 보급망의 속도와 범위를 확대해 공군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전력 증폭기”라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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