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이 끝난 10월 30일 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코엑스 인근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행사 직후 세 사람이 함께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며, 현장 사진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누리꾼들은 이 만남을 ‘깐부치킨 회동’이라 부르며 “진짜 깐부들이 모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깐부치킨 회동의 뒷이야기
행사장을 떠난 세 사람은 복잡한 의전 대신, 자연스러운 식사 자리를 택했다. 젠슨 황 CEO는 검은 가죽 재킷 차림으로 등장해 치킨과 맥주잔을 앞에 두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재용 회장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고, 정의선 회장은 “두 분은 제 형님”이라며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세계적 경영자 셋이 평범한 치킨집에서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며 “의전보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고 전했다.
이 회동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젠슨 황 CEO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의 새로운 협력 발표가 예고된 만큼, 세 사람의 비공식 대화는 향후 산업 협력의 중요한 전조로 받아들여졌다. 테이블 위의 치킨과 맥주가 글로벌 기술 동맹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처럼 보였다는 해석도 나왔다.

삼성·현대·엔비디아의 기술 동맹
이재용 회장은 행사에서 “엔비디아는 25년 전 삼성 메모리를 사용해 지포스 256을 출시했다”며 “그때부터 협력이 시작됐고 젠슨과의 우정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의 첫 제품부터 삼성 반도체가 함께했다는 점은, 두 회사의 관계가 기술적 토대 위에 세워져 있음을 보여준다.
젠슨 황 CEO는 “삼성, 현대, SK, 네이버 등 한국 기업은 깊은 친구이자 훌륭한 파트너”라며 한국 기업과의 AI 칩 공급 계약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 역시 “미래에는 엔비디아가 자동차와 로봇으로 들어가 더 협력하고, 차 안에서 더 많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발언은 각자의 산업이 하나의 축으로 맞물려 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AI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램을 공급하며 인공지능 인프라의 핵심을 맡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와 GPU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글로벌 컴퓨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로보틱스·차량 내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의 교차점
젠슨 황 CEO의 방한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그는 “한국은 AI 산업 발전의 핵심 파트너”라고 말하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거점으로 한 기술 협력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만남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한국이 독자적인 기술 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의 메모리, 현대차의 모빌리티, 엔비디아의 AI 칩이 연결되면 데이터센터에서 차량까지 이어지는 ‘AI 전 주기 생태계’가 완성된다.

1996년 인연, 인간적 관계에서 비롯된 신뢰
이날 행사 무대와 회동 자리 모두에서 세 사람의 인간적 유대가 강조됐다. 이재용 회장은 젠슨 황을 ‘친구’라 불렀고, 정의선 회장은 두 사람을 ‘형님’이라 칭했다. 젠슨 황 CEO는 1996년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회상했다.
그는 이번 서울 행사에서 그 편지를 직접 회상하며 “그 편지에는 세 가지 비전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편지에서 먼저 “한국이라는 나라를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하고자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모든 국민이 언제든지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정보통신 기반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비디오 게임이 세계 문화와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게임을 단순한 오락이 아닌 미래산업의 출발점으로 바라봤다. 그는 “게임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기술과 창의가 결합된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썼다.
마지막으로 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인이 함께 경쟁하고 즐길 수 있는 ‘비디오게임 올림픽’이 열리게 될 것”이라며, 젠슨 황 CEO에게 “이 일을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귀사의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젠슨 황 CEO는 “그 편지가 내 인생 첫 한국에서 온 편지였고, 그로 인해 한국에 오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편지의 세 가지 비전—초고속 인터넷망, 게임 산업, 글로벌 e스포츠—은 이후 한국 사회가 세계적 IT 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차례로 실현됐다.
향후 전망
| 구분 | 내용 |
| AI 반도체 계약 |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현대차, SK, 네이버 등과의 신규 AI 칩 공급 계약을 곧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
| 기술 생태계 확장 | 삼성과 엔비디아의 협력은 메모리, AI 칩, 서버,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수직적 기술 생태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
| 모빌리티 혁신 | 현대차는 차량을 게임과 로봇이 융합된 ‘이동형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
| 글로벌 공급망 변화 | 미·중 기술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의 기술 자립도와 협력 네트워크는 더 큰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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