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내가 정할까 사회가 정할까…철학이 내놓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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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사회가 인정해야만 비로소 ‘누구’가 되는 것일까.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철학과의 조애나 로슨 교수는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정체성에는 서로 다른 두 종류가 있으며, 둘을 구분해야 비로소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정체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조애나 로슨은 정체성을 ‘형이상학적 정체성’과 ‘실존적 정체성’이라는 두 개념으로 나눠 설명한다.

형이상학적 정체성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객관적인 신분이나 역할을 뜻한다. 의사인지, 교사인지, 시민인지, 특정 종교를 믿는 지처럼 사회가 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얻을 수 있는 정체성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의사가 될 수 없다.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시험과 수련 과정을 거쳐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의사’라는 정체성을 인정받는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처럼 형이상학적 정체성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회가 정한 규칙과 기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실존적 정체성은 훨씬 개인적이다. 자신이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깊은 내면에서 어떤 사람인 지를 의미한다. 시인이나 치유자, 철학자라는 정체성은 반드시 직업과 일치하지 않아도 될 수 있으며, 스스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로슨 교수는 이러한 정체성은 단순히 선택하거나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이 함께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동시에 자신을 만들어 가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회가 인정하는 나와 내가 아는 나

두 종류의 정체성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로슨 교수는 자신의 사례를 예로 든다. 그는 철학을 전공하고 연구하며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철학자다. 동시에 진리와 지혜를 추구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실존적 의미의 철학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일치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성소수자나 사회적 소수자는 자신이 인식하는 정체성과 사회가 인정하는 정체성이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회가 특정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개인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음에도 그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사회적 기준이 모두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의사’라는 호칭에는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는 사회적 신뢰가 담겨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로슨 교수는 설명한다.

다만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믿는 정체성과 사회가 인정하는 정체성을 가능한 한 일치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 받는 경험은 개인에게 큰 행복과 안정감을 주며, 사회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 가운데 하나라고 결론지었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Who do you think you are? There are two ans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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