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하늘 시계자리 방향 56광년 거리에서 한 젊은 별이 맥박처럼 빛나고 있다. 이름은 이오타 호롤로지(ι Horologii). 이 별의 표면에서는 자기장이 북극과 남극을 오가며 주기적으로 뒤집힌다. 마치 별의 심장이 규칙적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듯하다. 태양도 이런 자기 주기를 보이지만 훨씬 느리다. 22년에 한 번 극성이 바뀌는 태양과 달리, 이오타 호롤로지는 단 2년 만에 극이 뒤바뀐다.
독일 포츠담 라이프니츠 천체물리학연구소(AIP) 연구진은 3년에 걸쳐 이 별의 자기 활동을 정밀하게 관측했다. 그 결과는 논문 ‘Far Beyond the Sun III: The Magnetic Cycle of ι Horologii’로 정리돼 논문 공개 서버 arXiv에 게재됐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태양의 젊은 거울, 이오타 호롤로지
이오타 호롤로지는 태양과 거의 같은 질량을 지닌 G형 항성으로, 스펙트럼 역시 유사하다. 그러나 나이는 약 6억 년에 불과하다. 46억 년 된 태양에 비하면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든 셈이다. 빠른 자전과 강한 자기 활동은 이 별의 젊음을 보여주는 특징이다.
연구진은 칠레 라 시야(La Silla) 관측소의 3.6m 망원경에 장착된 HARPS 분광편광계를 이용해 6차례 관측 시즌 동안 총 199박에 걸쳐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자료를 ‘지먼 도플러 영상화(Zeeman Doppler Imaging, ZDI)’ 기법으로 분석해 별의 자기장을 시기별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약 140회 자전 동안 표면의 자기 구조가 끊임없이 변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극성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오타 호롤로지의 자기장 주기는 약 773일, 즉 2년 남짓으로 계산됐다. 태양의 22년 자기 주기를 10분의 1로 압축한 셈이다.
자기 나비도에서 드러난 빠른 흐름
연구진은 태양의 흑점 이동을 시각화할 때 사용하는 ‘자기 나비도(magnetic butterfly diagram)’를 이 별에도 적용했다. 태양에서는 흑점이 중위도에서 발생해 점차 적도로 이동하지만, 이오타 호롤로지에서는 자기 영역이 극 방향과 적도 방향으로 동시에 이동하는 독특한 양상이 관측됐다.

빨간색 영역은 자기장이 별 밖으로 향하는 부분(북극성분), 파란색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부분(남극성분)을 의미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극의 위치가 바뀌며, 약 2년마다 북극과 남극이 서로 교체된다. 이는 태양의 22년 자기 주기를 10분의 1로 압축한 빠른 자기 순환 현상이다.
[사진=Leibniz Institute for Astrophysics Potsdam(AIP)]
표면 자기장의 평균 이동 속도는 극 방향으로 초속 15~78미터, 적도 방향으로 초속 9~19미터에 달했다. 이는 태양 표면의 흐름보다 훨씬 빠른 수치다. 별 내부의 대류와 자전이 강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관측은 태양 이외의 항성에서 이런 표면 유동(meridional and equatorward flows)을 직접 측정한 첫 사례다.
율리안 알바라도 고메스 박사는 “이오타 호롤로지는 항성 자기다이너모의 진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점”이라며 “별의 나이와 회전 속도가 자기장의 구조와 활동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오타 호롤로지는 외계 행성을 거느린 항성으로, 강한 자기 활동이 항성풍과 플레어, 고에너지 방사선 방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특성은 젊은 태양이 보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빠른 자전과 불안정한 자기 구조를 반영한다.
참조 논문: Julián D. Alvarado-Gómez et al, Far beyond the Sun: III. The magnetic cycle of ι Horologii, arXiv (2025). DOI: 10.48550/arxiv.2510.03146
자료: a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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