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 환자, ‘자연 보행’ 가능한 생체공학 의족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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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절단 환자가 실제 다리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생체공학 의족이 신경계 직접 제어를 통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인간의 신경계에 통합되는 차세대 생체공학 의족을 개발해, 절단 환자가 실제 다리처럼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신경 신호를 의족 제어에 직접 활용하는 데 있다. 절단 수술로 단절된 근육과 신경을 새로 연결한 뒤, 남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피부 전극이 포착하고, 이를 의족 내부 제어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달해 움직임을 구현하는 구조다. 기존의 의족이 주로 기계 알고리즘이나 센서 입력에 기반했다면, 이번 시스템은 사용자의 신경계가 직접 명령을 내려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11일 발표됐다.

MIT 생체공학 의족을 착용한 모습. 연구에 따르면, 계단 오르기와 장애물 회피에서 사용자의 움직임이 크게 향상됐다. MIT가 개발한 생체공학 의족은 사용자의 신경과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실시간 감지해, 실제 다리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사진=MIT 제공]

신경계 기반 제어 시스템…동작의 정밀도와 속도 모두 향상

연구팀은 절단 부위의 근육과 신경 구조를 복원하기 위해 ‘작용근-길항근 근신경 인터페이스(Agonist-Antagonist Myoneural Interface, AMI)’라는 수술 기법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절단 과정에서 끊어진 쌍 근육(작용근과 길항근)을 다시 연결해, 정상적인 상호작용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뇌는 사지의 위치와 움직임을 더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감각은 고유수용감각(proprioception)으로, 기존 의족에서는 구현이 어려웠던 요소다.

MIT는 절단 환자 14명을 모집해 이 중 7명에게 AMI 수술을 시행하고, 나머지는 기존 수술법을 적용한 대조군으로 구성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모든 참가자는 고성능 전자 의족을 착용했다. 그 결과, AMI 수술을 받은 그룹은 평균 보행 속도가 대조군보다 41%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계단 오르기나 장애물 넘기 등 복잡한 동작에서도 뚜렷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AMI에서 발생한 신호가 의족 제어기에 전달되어 회전력으로 계산되며, 사용자의 의도를 보다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IT의 프로젝트 책임자 휴 허(Hugh Herr)교수. 1982년 17세에 산악 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한 휴 허 교수는, 이후 스스로의 의족을 만들며 생체공학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 그는 이번 생체공학 의족 기술을 직접 적용 받을 계획이다. [사진=MIT]

📌 생체공학 의족이 절단 환자에게 주는 주요 효과

구분주요 효과설명
운동 능력보행 속도 41% 향상기존 의족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걸음 가능, 계단 오르기·장애물 회피 성능 개선
감각 회복고유수용감각 일부 회복근육과 신경을 연결해 뇌가 다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인식
심리적 체화신체 소유감 및 행위 주체성 향상의족이 ‘외부 도구’가 아니라 ‘몸의 일부’처럼 느껴져 사용자 통합감 증가

뼈에 고정된 통합형 시스템…“의족 몸의 일부처럼 느껴져”

연구에 사용된 의족은 단순히 외부에 부착되는 장치가 아니다. 남은 대퇴골 내부에 티타늄 막대를 삽입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근육에 연결된 16개의 전극을 통해 신경 신호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골통합 기계신경 시스템(OPM)’으로 불리는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해석되며, 사용자가 의도한 움직임에 따라 의족이 즉각 반응한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운동 능력 향상 외에도, 의족이 실제 자신의 다리처럼 느껴진다고 응답했다. 의족에 대한 ‘신체 소유감(body ownership)’과 ‘행위 주체성(agency)’이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휴 허(Hugh Herr) 교수는 본인도 1982년 산악 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한 경험이 있다. 그는 “수술 후 수십 년이 지났지만, 내 다리에도 여전히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근육이 남아 있다”며 직접 수술을 받을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이미지는 MIT가 개발한 생체공학 의족의 작동 원리를 보여준다. 절단 부위의 근육과 신경을 다시 연결하고, 뼈에 전극과 임플란트를 삽입해 신경 신호를 의족에 직접 전달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공을 차거나 계단을 오를 때도 실제 다리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사진=MIT]

5년 내 상용화 목표…신체 복원을 향한 기술

MIT는 AMI와 OPM 기술 모두에 대한 특허를 확보한 상태이며, 약 5년 내 상용 의족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의족이 사용자의 몸에 단순히 ‘부착된’ 장치였다면, 이번 시스템은 뇌-신경-기계가 통합된 새로운 신체 일부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개념적으로도 큰 전환점이다.

허 교수는 “우리는 더 똑똑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를 다시 연결하고 복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통합 기술이 장애 보조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Science, Hugh Herr et al., ‘Tissue-integrated bionic knee restores versatile legged movement after amputation’, http://dx.doi.org/10.1126/science.adv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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