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 단백질, 비만·당뇨 잡는다…새로운 대사 치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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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 식욕억제·지방연소·혈당조절 ‘3중 효과’

사람의 장에서 공생하는 특정 세균이 비만과 당뇨병 조절에 효과를 내는 단백질을 생성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내 미생물이 스스로 합성한 물질이 인체 대사 기능에 실질적 영향을 준 사례로, 단백질 기반 치료제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노보 노디스크 기초대사연구센터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장내 세균 Ruminococcus torques가 생성한 단백질이 쥐의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혈당을 낮추며, 뼈 밀도를 높이는 대사 효과를 보였다고 최근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를 개발한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진은 이 세균이 근육에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 ‘이리신(irisin)’과 구조·기능이 유사한 단백질(RORDEP1, RORDEP2)을 생성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단백질은 인체 내 인테그린 수용체 αVβ5에 결합해 포만감 유도와 인슐린 분비 등 대사 관련 호르몬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내 세균 이미지

단백질·세균 모두 효과 확인…임상 검증 본격화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과 사람 대상 초기 임상을 통해 RORDEP 단백질의 대사 조절 효과를 단계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고지방 식이를 투여한 생쥐에게 RORDEP 단백질 또는 이를 생성하는 세균을 각각 투여한 결과, 체중 증가 억제, 혈당 개선, 인슐린 민감도 향상 등 다양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반면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체중과 지방 축적이 증가하고 대사 지표도 악화됐다.

현재 사람 대상 1상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RORDEP 단백질 또는 세균을 단회 투여하고, 장내 정착 여부와 생리 반응, 안전성을 평가하는 단계다. 효능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장내 세균 기반 치료 접근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ORDEP 단백질 관련 전임상·초기 임상 요약

출처: Nature Microbiology, 2025. DOI:10.1038/s41564-025-02064-x

구분실험군 구분처치 내용대상주요 측정 항목관찰된 효과 및 반응
동물실험단백질 투여군RORDEP1 또는 RORDEP2 단백질 정맥주사고지방 식이 생쥐체중, 혈당, 인슐린·GLP-1 수치, 골밀도체중 증가 억제, 혈당 감소, 인슐린 및 GLP-1 분비 증가, 지방 연소, 골밀도 향상
세균 투여군RORDEP 생성 균주 (R. torques) 경구 투여고지방 식이 생쥐체지방률, 인슐린 감수성(HOMA-IR), GLP-1 분비체지방 감소, 인슐린 민감도 향상, 내인성 GLP-1 분비 증가
대조군위약(세균·단백질 미투여), 동일 식이고지방 식이 생쥐동일 항목체중 증가, 고혈당, 지방 축적, 대사 지표 악화
사람 임상초기 임상 1단계RORDEP 생성 세균 또는 단백질을 건강한 성인에게 단회 투여건강한 성인 피험자장내 정착률, 안전성, 내약성, 초기 대사 반응(포만감, 인슐린 변화 등)현재 진행 중. 장내 세균 정착 여부 및 단백질 생리 반응 관찰 중

참고: 사람 대상 임상은 1상(First-in-human trial)으로 안전성과 생리 반응 확인이 목적이며, 효능 평가(2상)는 미진행 상태. R. torques는 일부 개인 장내에 자연 존재하며, 보유량은 최대 10만 배 차이를 보임. 이 차이가 BMI, 인슐린 감수성 등 대사 지표와 연관됨이 인체 관찰연구에서도 보고됨.

대사 안정화에는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내인성 GLP-1을 통한 대사 조절…치료제 개발 가능성까지

기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나 마운자로(Mounjaro)는 GLP-1 수용체를 직접 자극해 포만감과 혈당 조절을 유도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RORDEP 단백질은 내인성 GLP-1의 분비를 유도하는 간접 경로를 통해 작용한다. 외부에서 투여된 약물이 아닌,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낸 단백질이 인체 호르몬 체계를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크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 벤처기업 ‘것크린(GutCRINE)’을 설립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현재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RORDEP 단백질 또는 이를 생성하는 세균을 단회 투여한 뒤, 장내 정착 여부, 생리 반응, 안전성 등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후 효능 검증을 위한 후속 임상도 계획 중이다.

올루프 페데르센 코펜하겐대 교수는 “장내 미생물이 단순한 소화 보조를 넘어서, 사람의 호르몬 체계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사례”라며 “이 단백질이 기능성 보조제나 대사 질환 치료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장기적으로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Polypeptides synthesized by common bacteria in the human gut improve rodent metabo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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