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이 개체의 행동 방식과 움직임의 경향을 결정하고, 그 변화가 후대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음식 소화와 면역 조절을 돕는 보조적 존재로 여겨졌던 장내 미생물이 뇌 신호와 행동 패턴까지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유전적 변이 없이 후대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 특성의 세대 간 전승이 반드시 DNA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기존 관점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생물 조작 실험에서 확인된 행동 변화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무균 생쥐를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군만을 독립적으로 조작해 행동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야생 생쥐의 장내 미생물을 무균 생쥐에 이식한 뒤, 이동 활동량이 가장 낮은 두 개체에서 다시 미생물군을 분리해 신규 무균 생쥐에 연속 이식하는 방식을 총 4세대 반복했다. 이를 통해 유전적 차이가 없는 조건에서 미생물군의 변동이 행동 형질 선택(selection pressure)과 전파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자료=Gut microbes pass down behavioral traits in mice offspring independent of genes (Nature Communications, 2025]
실험 결과, 동일한 유전체를 가진 개체 집단에서도 장내 미생물 조성이 반복 선택됨에 따라 이동 행동이 세대마다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미생물 분석에서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해당 균이 생산하는 대사물질 인돌락트산(indolelactic acid, ILA)의 농도가 상승했다. 연구팀은 ILA 또는 락토바실러스를 독립적으로 투여했을 때도 행동 억제 효과가 재현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장내 미생물 변화가 행동 특성에 직접적인 인과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했다.
미생물-뇌-행동 축(gut–brain–behavior axis) 확인
장내 미생물군이 뇌 신경 전달 체계에 영향을 미쳐 행동 생성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는 실험적 근거가 확보됐다. 연구팀은 미생물군 구성의 변화가 이동 행동 조절과 연결되는 대사 및 신경 신호 경로를 유의하게 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행동 방식 변화가 반드시 유전적 변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며, 미생물 전달 자체가 행동 특성 유지의 매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뇌–행동 축(gut–brain–behavior axis)의 기능적 연결을 실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정 미생물군 확산에 따라 생성되는 대사물질(ILA) 농도 상승이 이동 행동 감소와 선형적인 상관을 보였고, 별도의 투여 실험에서도 동일한 행동 변화가 재현되었다. 이는 미생물군 선택(selection)이 뇌 회로 활성 패턴과 운동 조절 신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DNA 변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 적응 속도가 유전적 진화 과정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는 미생물 조성 변화가 뇌 신경망의 어떤 단계에서 기능적으로 연결되는지, 동일한 현상이 복잡한 환경·사회적 요인을 가진 인간에서도 관찰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More information: Taichi A. Suzuki et al, Selection and transmission of the gut microbiome alone can shift mammalian behavior, Nature Communications (2025). DOI: 10.1038/s41467-025-65368-w
Journal information: Nature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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