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첫 익룡 화석이 발견됐다. 구마모토현 미후네 층군에서 발굴된 이 경추 화석은, 일본 고생물학 사상 처음으로 온전한 골격 구조를 바탕으로 정식 명명이 이루어진 익룡 표본이다. 단편적인 이빨이나 날개뼈 조각에 그쳤던 기존 일본 내 익룡 자료들과 달리, 이번 화석은 해부학적 진단이 가능할 만큼 정밀하게 보존되어, 새로운 속과 종의 등록을 가능케 했다.
계통을 복원한 하나의 목뼈
문제의 화석은 제6 경추로 길이 74 mm 남짓이다. 양쪽 관절면과 신경궁 후연부가 온전히 남아 있어, 연구진은 마이크로 CT(50 µm 해상도)를 이용해 뼈 내부의 공기 주머니 배치와 신경관 단면, 근육·인대 부착점을 3차원으로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240개의 형태 형질을 기존 아즈다르코과 표본과 비교한 결과, 해당 경추는 어느 알려진 종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독립된 속·종으로 판단하고, 일본을 뜻하는 ‘닛폰’과 ‘날개’를 합친 닛폰옵테루스, 그리고 발견지 미후네를 기려 미후넨시스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형질 매트릭스를 통한 계통 분석에서 닛폰옵테루스는 퀘찰코아틀루스아과(Quetzalcoatlinae)의 한 분기점으로 자리했다. 구체적으로는 몽골 고비 사막에서 보고된 부르크한트 표본보다 진화적 위치가 약간 앞서며, 북미의 거대 익룡 퀘찰코아틀루스와는 자매군 관계를 나타냈다. 이 결과는 백악기 후기 아시아—북미 간 육교(Beringia) 또는 연안 경로를 통한 익룡 확산 시나리오와 부합하며, 닛폰옵테루스가 그 이동 축을 실증적으로 연결해 주는 첫 일본산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백악기 후기 일본에 서식했던 중간 체급의 익룡으로, 길게 뻗은 부리와 붉은 갈색의 피크노파이버(솜털)로 덮인 몸, 넓은 날개가 특징이다. 그림은 미후네 지역의 삼각주 환경을 배경으로 이 익룡의 생김새와 생태적 맥락을 과학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해부 구조로 드러난 생존 방식
화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구조는 등쪽에 발달한 도살능선(dorsal keel)이다. 이 능선은 신경궁 위를 따라 척추 후단까지 길게 이어지며, 비행 중 발생하는 앞뒤 방향 장축 압력에 견디는 구조적 지지 역할을 수행한다. 복측에는 길고 좁은 고랑(ventral sulcus)이 나 있어, 신경과 혈관의 통과를 돕는 동시에 목뼈의 경량화와 유연한 움직임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든다. 관절면은 삼각형에 가까우며, 회전과 굽힘 운동 모두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형성되어 있다.
또한 후외측돌기(postexapophysis)는 좌우로 길게 돌출돼 있어, 목의 회전과 머리의 빠른 방향 전환 시 관절 안정성을 높이는 데 작용한다. 이와 같은 구조적 특성은 닛폰옵테루스가 단순히 비행 중 체공에만 의존한 익룡이 아니라, 착지 후 지상에서 머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주변의 먹잇감을 탐색하고 낚아채는 활동을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날개폭은 약 3~3.5m로 추정되며, 아즈다르코과 내에서 대형종(10m급)과 소형종(2m 미만) 사이를 메우는 체급이다. 단순한 크기상의 중간값이 아니라, 생태적 역할의 분화를 반영하는 체급으로 해석되며, 같은 아과 내부에서도 다양한 서식 전략이 존재했음을 나타낸다.

백악기 후기 중간 체급 포식자
닛폰옵테루스가 발견된 미후네 층군은 하천과 삼각주가 교차하며 조간대와 얕은 내해 환경이 반복적으로 형성된 퇴적층이다. 당시 이 지역은 수생 생물과 육상 척추동물이 동시에 출현하던 생태 경계지대로, 포식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먹이원을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러한 지형에서 닛폰옵테루스는 비행 능력을 이용해 넓은 범위를 이동하면서도, 착지 후 지상에서 머리를 유연하게 조작해 먹이를 포획하는 방식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목뼈의 해부학적 구성은 이러한 복합 전략을 뒷받침하며, 이 익룡이 공중과 지상 환경 모두를 활용한 생존 양식을 가졌음을 입증한다.
현재 이 표본은 미후네 공룡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며, 연구팀은 같은 지층의 하부 사암층을 중심으로 두개골, 흉대, 날개골 확보를 위한 추가 발굴을 진행 중이다. 더 많은 표본이 확보되면, 닛폰옵테루스는 일본 지역 익룡의 존재를 넘어, 동아시아와 북미를 연결하는 생태·계통 맥락의 중심 사례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Xuanyu Zhou et al, Reassessment of an azhdarchid pterosaur specimen from the Mifune Group, Upper Cretaceous of Japan, Cretaceous Research (2024). DOI: 10.1016/j.cretres.2024.106046
자료: Cretaceous Research / Kumamoto University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1 thought on “일본 최초 익룡 화석 발견···동아시아 계통사에 새 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