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피카츄처럼 ‘번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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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만약 사람이 포켓몬의 피카츄나 마블의 토르처럼 번개를 무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자연과 과학기술을 살펴보면 전기를 만들어 내거나 번개의 경로를 바꾸는 놀라운 사례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아마존강의 전기뱀장어부터 스위스산 정상에서 진행된 레이저 번개 실험까지, 연구자들은 자연의 전기 에너지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조금씩 밝혀내고 있다.

아마존강의 전기뱀장어.
[사진=AI 생성 이미지]

전기를 만들어 내는 생물들

자연계에는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동물들이 있다. 특히 물속에 사는 어류에서 이런 능력이 잘 나타난다. 전기가오리, 전기메기,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기 능력을 가진 전기뱀장어가 대표적이다. 전기뱀장어는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길고 뱀 같은 물고기로, 성체는 길이 약 2.5미터, 무게는 약 18킬로그램까지 자란다.

전기뱀장어는 피카츄처럼 언제 전기를 사용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치코 멘데스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소에서 일하는 생물학자 라이문두 노나투 멘데스 주니어는 “전기뱀장어는 자신의 전기 능력을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조절한다”고 설명한다.

이 물고기들은 약한 전기 신호를 이용해 먹이를 탐지하거나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공격하거나 방어할 때는 훨씬 강한 전기 충격을 방출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기뱀장어의 최대 전압은 약 860볼트에 달한다.

이 능력은 몸속에 있는 특수 세포 덕분이다. 전기뱀장어의 몸에는 전기세포라고 불리는 ‘전기세포(electrocyte)’가 수천 개 존재한다. 이 세포들은 작은 배터리처럼 작동하며, 양극과 음극을 가진 구조로 길게 배열되어 있다. 전기뱀장어가 공격하려 할 때 신호가 전달되면 모든 전기세포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강력한 전기 충격이 발생한다.

전기뱀장어의 공격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물속에서는 전기가 물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공격력이 일부 약해진다. 그래서 악어나 카이만 같은 포식자가 물 위에 있을 때는 뱀장어가 물 밖으로 몸을 튀어 올려 직접 부딪치며 전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물 밖에서 전달되는 전기는 희석되지 않기 때문에 훨씬 강력한 충격을 준다. 뱀장어가 물 위로 높이 뛰어오를수록 공격의 위력도 더 커진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번개의 경로를 조종하는 과학

전기뱀장어라 해도 피카츄나 토르처럼 번개를 자유롭게 다루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실에서 그런 규모의 전기를 다루려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전기 현상인 번개를 이해해야 한다.

번개는 천둥구름 내부에서 정전기가 축적될 때 발생한다. 폭풍 속에서 얼음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전자를 주고받고, 그 결과 구름 내부에 음전하가 집중된 영역이 형성된다. 보통 공기는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 절연체다. 하지만 전하가 충분히 쌓이면 공기 분자가 붕괴되면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하 입자들이 가득한 플라스마 상태가 만들어진다.

애리조나대학교의 물리학자 제리 몰로니는 이 플라스마를 “하늘 속에 만들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선”이라고 설명한다. 번개는 바로 이 플라스마 통로를 따라 이동한다. 번개 한 번에 담긴 에너지는 매우 크다. 한 전문가는 “한 번의 번개에는 한 가정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과 맞먹는 에너지가 들어 있다”고 말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번개의 방향을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다. 2021년 스위스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강력한 레이저를 사용해 번개의 경로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는 매우 집중된 빛의 빔으로, 충분히 강하면 공기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며 플라스마 통로를 만들 수 있다.

폭풍우가 치는 동안 연구팀이 산 정상에서 레이저를 발사하자, 번개는 레이저가 만든 플라스마 통로를 따라 약 50미터 거리까지 이동해 탑 위의 피뢰침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레이저가 하늘에 ‘보이지 않는 전선’을 만든 셈이다.

만약 현실에서 토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번개를 조준하려 한다면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 레이저로 원하는 방향에 플라스마 경로를 만들고, 충분한 전하를 공급해 번개가 그 길을 따라 흐르게 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이런 일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몰로니는 농담처럼 이렇게 말한다. “만약 땅에서 레이저를 쏘는 대학원생이 있는데 그 학생에게 번개가 직접 떨어진다면… 그 학생은 그대로 증발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현실에서 번개를 무기로 쓰는 일은 아직 공상과학에 가깝다. 하지만 자연의 전기 생물과 레이저 번개 연구를 보면, 인간이 전기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능력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피카츄 같은 존재가 아니더라도, 과학은 이미 번개의 비밀에 조금씩 손을 뻗고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NewsExplores, “Could a person ever wield lightning as a wea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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