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던 고대 파충류, 익룡은 중생대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생물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공룡 영화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익숙한 존재이지만, 실제로는 공룡보다 연구가 더 어려운 대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익룡의 뼈가 얇고 취약해 온전한 형태로 화석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파편으로 발견되며, 내부 장기나 위장 내용물이 보존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로 인해 익룡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는 오랫동안 추정에 의존해 왔다.
익룡의 식성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이미지는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낚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는 긴 부리나 이빨 형태에서 유추된 가설일 뿐이다. 어떤 종은 작은 동물을 삼켰을 가능성도, 또 어떤 종은 입을 벌려 먹이를 걸러 먹는 여과 섭식자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위장 속 실제 내용물이 이를 입증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식물 규소체와 위석이 함께 발견돼 식물 섭취 증거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최초의 초식성 익룡 사례다.
[사진=Science Bulletin / Chinese Academy of Sciences 제공]
익룡, 알고 보면 잡식성? 가능성 높인 새로운 증거
최근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견된 한 화석이 이 기존 해석에 중요한 반례를 제시했다. 백악기 초기 지우포탕 지층에서 발굴된 소형 익룡, 시노프테루스 아타비스무스(Sinopterus atavismus) 개체에서 위장 내용물이 보존된 상태로 확인된 것이다.
분석 결과, 이 익룡의 위장에서는 300개가 넘는 식물 규소체(phytolith)가 검출됐다. 식물 규소체는 식물 세포 내에 형성되는 미세한 실리카 입자로, 시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고 남기 때문에 고생물학에서 식물 섭식 여부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쓰인다. 공룡이나 초식 동물의 화석에서는 가끔 보고된 바 있지만, 익룡의 위장에서 직접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더해, 위장 속에서 식물성 먹이를 분쇄하는 데 쓰이는 작은 돌, 위석(gastrolith)도 함께 발견됐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은 해당 익룡이 단순히 우연히 식물을 삼킨 것이 아니라, 식물성 먹이를 일정 비율 이상 섭취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화석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식물을 먹은 흔적이 있다는 점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식물 규소체가 다수 검출됐다는 점이다. 이는 한 종류의 식물을 우연히 섭취한 것이 아니라, 여러 식물을 반복적으로 먹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과거에는 익룡이 대부분 바닷가에 서식하며 육식 위주의 식성을 가졌다는 해석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일부 거대 익룡이 내륙에서 살았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다. 환경과 종에 따라 익룡의 생태가 훨씬 더 다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오늘날에도 풀과 곤충을 함께 먹는 잡식성 조류가 흔한 것처럼, 고대의 익룡도 단일한 식성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생물이었을 수 있다.

익룡 식생활 분석의 실증적 전환점
시노프테루스의 위장에서 발견된 식물 흔적은 단일 개체에 기반한 발견이지만, 익룡 연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익룡을 단순한 육식성 비행 포식자로 바라보던 기존 관점을 넘어, 보다 유연한 식생활을 가진 생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물론 이번 발견만으로 모든 익룡이 식물을 먹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장 내용물이 온전히 보존된 화석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 한 점의 사례만으로도 학문적 의미는 크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화석이 더 발견된다면, 익룡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존했는지에 대한 퍼즐은 한 조각씩 채워질 것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Shunxing Jiang et al, First occurrence of phytoliths in pterosaurs—evidence for herbivory, Science Bulletin (2025). DOI: 10.1016/j.scib.2025.06.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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