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량 변화, 위암 위험에 직접적 영향…국내 31만명 추적 연구

비음주자가 술을 시작하거나 기존 음주자가 섭취량을 늘릴 경우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절대적인 음주량뿐 아니라 음주량의 변화 자체가 위암 예방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최용훈 교수·국립암센터 장지은 박사)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40세 이상 성인 31만192명을 대상으로 하루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경도(남성 15g·여성 7.5g 미만), 중등도(남성 15~29.9g·여성 7.5~14.9g), 고용량(남성 30g·여성 15g 이상)으로 구분하고, 평균 1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2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음주량과 상관없이 섭취량을 늘린 경우 위암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졌고, 반대로 금주나 절주는 발병 위험을 낮췄다. 비음주자가 음주를 시작하면 가벼운 수준이라도 위암 위험이 약 14% 증가했으며, 중등도 음주자가 경도 수준으로 줄이면 발병 위험이 약 20% 감소했다.

성별에 따라 양상은 달랐다. 남성은 음주량을 유지하는 집단보다 비음주자의 위암 발생 위험이 약 10% 낮았고, 섭취량을 늘린 경우 위험도가 10%가량 높아졌다. 여성은 전반적으로 연관성이 약했으나, 비음주에서 고용량 음주로 전환할 경우 위험이 약 두 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음주와 위암의 연관성을 단순 섭취량이 아닌 ‘행태 변화’ 측면에서 장기간 확인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나영 교수는 “최근의 음주 습관 변화가 위암 위험과 깊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라며 “특히 가족력, 흡연 등 고위험 요인이 있거나 조기위암을 치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2024~2027년)의 지원을 받았으며, 대한암학회 공식 학술지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근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