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하나의 미스터리에 골몰해 왔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별, 은하, 행성 같은 ‘보통물질’은 우주 전체의 5%에 불과한데, 그중 3분의 1 정도는 정작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른바 ‘사라진 보통물질(missing baryons)’ 문제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이 의문을 실제 관측을 통해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와 독일 본대학교, 유럽우주국(ESA)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X선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거대한 은하단 사이를 잇는 고온의 가스 필라멘트 구조를 발견했다. 지금까지는 이처럼 우주를 가로지르는 거대 가스 다리의 존재가 시뮬레이션으로만 제시돼 왔지만, 이번엔 관측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구조는 그동안 숨어 있던 보통물질의 주요 은신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300만 광년의 가스 다리, 어디에 있었나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6억 5천만 광년 떨어진 ‘섀플리 초은하단’을 주목했다. 이 지역은 은하 8천여 개와 은하단 25개 이상이 모여 있는,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구조 중 하나다. 이번 연구에서는 유럽우주국(ESA)의 XMM-Newton 위성과 일본 JAXA의 스자쿠(Suzaku) X선 망원경이 동원됐다. 스자쿠는 넓은 영역에서 희미한 X선을 포착했고, XMM-Newton은 밝은 점광원(은하, 블랙홀 등)을 제거해 배경 가스를 분리해냈다.

[사진=ESA/XMM-Newton and ISAS/JAXA]
그 결과, 네 개의 은하단을 연결하는 총 길이 2,300만 광년의 고온 필라멘트가 드러났다. 온도는 1천만 도 이상이며, 질량은 우리은하의 10배에 이른다. 이 필라멘트는 단순히 은하를 잇는 통로가 아니라, 지금까지 관측되지 않았던 보통물질이 집중된 영역일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이 필라멘트가 우주 시뮬레이션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표준 우주모델의 핵심 가정을 실증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라진 물질’ 미스터리의 실마리
현재의 우주모델(ΛCDM 모델)은 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거대한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필라멘트 구조를 형성한다고 본다. 이 구조는 은하와 은하단이 분포하는 기본 틀이며, 필라멘트 내부에 보통물질(바리온)과 다크매터가 함께 존재한다고 예상돼 왔다. 문제는 이 물질들이 너무 희박하고, 주변의 밝은 천체들에 가려 직접 관측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는 두 종류의 X선 망원경을 결합해 그 필라멘트 내부의 가스를 분리해낸 데 성공했고, 그 안에 ‘실종된’ 물질이 상당량 존재함을 시사했다. 특히 이 가스는 고온 상태여서 별이나 은하로 응축되지 못한 채 공간을 떠도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왜 기존 관측에서는 이 물질을 포착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해준다.
향후 다른 초은하단에서도 유사한 필라멘트를 찾아낸다면, 사라진 보통물질 문제가 전 우주적 규모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가시광·X선·중성미자 망원경의 협력과 함께, 이 거대한 우주 뼈대에 숨은 질량을 점차 지도화하는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 발견은 단지 은하단을 연결한 가스 구조를 찾은 것이 아니라, 우주의 기본 퍼즐 중 하나를 실증으로 채워 넣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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