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낮에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사계절 내내 지속되는 낮 졸림은 단순한 환절기 현상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과다 주간 졸림증’(Excessive Daytime Sleepiness, EDS)으로 불린다. 미국 성인의 3분의 1이 경험할 만큼 흔한 증상이며, 심혈관 질환·비만·당뇨 같은 만성 대사질환과도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브리검 여성병원 공동 연구팀은 이 만성 졸음의 단서를 혈액 속에서 찾아냈다. 연구진은 히스패닉·라틴계 건강 조사 참가자 6,000명의 혈액을 분석해 877개의 대사물질을 조사했고, 이 가운데 낮 졸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7가지 분자를 규명했다.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3가지 물질도 새롭게 드러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BioMedicine’ 8월 20일 자에 실렸다.

성별·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졸음의 원인
연구팀은 다민족 동맥경화증 연구(MESA)와 영국·핀란드의 장기 건강 데이터를 결합해, 참가자의 낮 졸림 정도를 설문 평가와 함께 비교했다.
그 결과 지중해식 식단에 풍부한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은 뇌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수면-각성 리듬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해 낮 졸림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발효되거나 오래된 식품에서 생성되는 티라민은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촉진해 교감신경계를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혈압과 심박수가 상승하고 각성이 높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경 전달 물질이 고갈되면서 반동 효과가 나타나 피로와 졸음이 오히려 심해졌다.
특히 남성에서 이러한 반응이 뚜렷했는데, 이는 남성이 대체로 교감신경계 활성도가 높고 티라민 대사 효소(모노아민 산화효소, MAO)의 작용에도 성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즉, 티라민은 잠시 각성을 주는 듯 보이지만 결국 뇌와 신체를 더 빠르게 소진시켜 낮 동안 졸음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성의 경우에는 생식 주기를 조절하는 프로게스테론이 중요한 변수였다. 프로게스테론은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의 작용을 강화해 수면을 유도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월경 주기나 임신·폐경 등 호르몬 변화가 큰 시기에 낮 동안 졸음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즉, 낮 졸림은 단순히 잠을 못 잔 탓이 아니라, 체내 대사물질과 호르몬의 불균형이 만들어내는 생리학적 신호라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타리크 파퀴 박사는 “식습관과 호르몬이 낮 졸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채소와 과일, 생선 위주의 식단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과다 주간 졸림증을 직접 겨냥한 치료제는 없지만, 이번 연구는 생활습관 관리가 현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임을 확인했다. 오메가 지방산이 풍부한 식단은 보호 효과를 보였고, 티라민이 많은 발효·과숙 식품은 위험 요인으로 드러났다. 여성에게는 호르몬 주기에 따른 맞춤 관리가 필요하며, 남성은 음식 선택과 대사 요인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결국 식단 조절, 규칙적인 수면 습관, 성별 특성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관리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실질적인 대응 전략으로 제시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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