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원자로 운전 돕는 인공지능 에이전트 개발

• 원자력 분야 최초 에이전틱 인공지능 적용
• IAEA SMR 시뮬레이터로 기능 검증 완료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원자로 운전에 특화된 ‘에이전틱 인공지능(agentic AI)’ 에이전트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단순한 명령 수행형 인공지능을 넘어, 복잡한 운전 상황을 스스로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 연속적인 절차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원전 안전·효율성 확보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에이전틱 인공지능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발전을 토대로 등장한 신기술이다. 기존 원전용 AI가 ‘현재 상태 진단’, ‘냉각재 펌프 가동’처럼 단일 기능만 수행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개발된 에이전트는 ‘상태를 진단하고, 이상 여부를 보고하며, 필요할 경우 대응 전략을 수립·시행’까지 연속적으로 처리한다. 이로써 운전원은 일일이 세부 작업을 수행할 필요 없이 간단한 지시만으로 원자로를 제어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단순 프로그램 보조를 넘어 사실상 ‘AI 운전 보조자(co-driver)’의 역할을 실현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상 상황 발생 시, 시스템이 신속히 감지·진단한 뒤 결과를 운전원에게 보고하고 대응 전략까지 제안함으로써 사고 예방 능력을 크게 높인다.

기능 검증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배포하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용 다목적 시뮬레이터 iPWR(Integral Pressurized Water Reactor)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감시·제어·이상진단·상태예측 등 다양한 기능 요청에 성공적으로 응답함이 확인됐다. 이는 해당 기술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훈련·검증 시스템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향후 연구진은 고정밀도 시뮬레이터에서 추가 검증을 진행한 뒤, 실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에이전트는 연구원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발표한 원자력 특화 거대언어모델 ‘AtomicGPT’와 연계된다. AtomicGPT는 원자력 전문 지식을 학습한 대규모 언어모델로, 문서 분석, 설계 해석, 운전 기록 검토 등 복잡한 업무를 지원한다. 연구진은 에이전틱 인공지능과 AtomicGPT를 결합해 원전 맞춤형 지능형 운전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차세대 원전 전반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 8월에는 관련 기술 일부가 민간기업 ㈜엠에스아이랩스에 이전됐다. 이 회사는 AtomicGPT와 에이전트 기술을 기반으로 원자력 특화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글로벌 빅테크 육성사업’에도 선정돼 원자로 설계 인허가 문서 작성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원과 기업 간 협력으로 연구 성과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빠르게 확대되는 셈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원자력 분야 국제 대표 학술지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 8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에이전틱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원전 안전성, 운영 효율, 비상 대응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맞춤형 AI 운전 보조 기술을 지속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