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 천문대 “10시간 만에 소행성 2천104개 발견…10년 동안 관측”
고정된 하늘을 한 번 찍는 시대는 지났다. 베라 C. 루빈 천문대가 주도하는 ‘LSST(차세대 시공간 탐사 관측)’는 하늘의 변화를 반복 관측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주를 해석하는 ‘시계열 천문학(time-domain astronomy)’ 시대를 연다. 최근 한국천문연구원은 루빈 천문대가 첫 관측 영상을 성공적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LSST는 칠레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루빈 천문대의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구경 8.4m)과 세계 최대 3.2기가픽셀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해 남반구 하늘 전체를 6개의 광학 필터로 3~4일 간격으로 재촬영하며, 10년에 걸쳐 전체 하늘의 시계열 변화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다. 이 카메라는 보름달 약 45개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화각을 가지고 있어, 단시간에 넓은 영역의 미세한 밝기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첫 영상은 총 4종으로, 처녀자리 은하단(우리은하에서 가까운 은하 집단), 새로 발견된 소행성,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변광성, 그리고 ‘석호성운’과 ‘삼엽성운’ 등 대규모 성간가스 지대의 모습이다. 단 10시간의 시험 촬영으로도 태양계 소행성 2104개가 새로 발견되었으며, 이 중 7개는 지구 근처를 지나지만 위험하지 않은 천체로 분류됐다. LSST가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 2년 안에 수백만 개의 미탐지 소행성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흑우주와 태양계, 두 축의 대전망
LSST의 관측 방식은 기존 천문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부분의 광학 관측이 ‘정지된 하늘’을 한 번 촬영하는 데 그쳤다면, LSST는 같은 하늘을 수천 번 반복 촬영해 천체의 움직임과 밝기 변화, 발생 이벤트를 추적한다. 이로써 초신성 폭발, 항성 충돌, 외계 행성 통과, 소행성의 궤도 이동 등 ‘변화하는 우주’를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시계열 데이터는 두 가지 핵심 분야에 혁신을 예고한다. 첫째는 태양계 연구다. LSST는 연성 지면 위에 놓인 작은 소행성도 놓치지 않고 궤도를 추적할 수 있어, 향후 수십 년간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조기 식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암흑우주 탐사다. 수억 개 은하의 시공간 위치와 밝기 변화를 대규모로 수집함으로써, 암흑물질의 분포와 암흑에너지의 팽창 효과를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브라이언 스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디렉터는 “루빈 천문대는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한 모든 광학 우주관측 자료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단독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우주의 기원과 구조를 다시 쓸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LSST의 자료 접근권을 확보한 국내 유일 기관으로, 국내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 측 책임자인 신윤경 박사는 “단순한 스냅샷이 아닌, 우주의 타임랩스를 구성하는 작업”이라며 “변화의 궤적을 정밀하게 기록하는 것이 앞으로의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관측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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