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웨스트 클리어워터 충돌구에서 검출된 자연산 큐빅 지르코니아
- 섭씨 2,370도 이상 초고온에서만 안정한 입방정계 결정 구조
- 운석 충돌로 지르콘이 분해되며 생성된 고온 광물의 직접적 물리 증거
지구 표면에서 가장 극한의 온도 조건이 기록된 흔적이 캐나다 퀘벡의 웨스트 클리어워터 호 충돌구에서 확인됐다. 최근 지질학자들은 이 고대 운석 충돌 지역에서 섭씨 2,370도 이상의 온도에서만 형성되는 큐빅 지르코니아(cubic zirconia) 를 자연 상태로 검출했다. 이는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열 조건 중 가장 극단적인 수준을 입증하는 물리적 증거로 평가된다.
고온에서만 유지되는 결정, 큐빅 지르코니아
큐빅 지르코니아는 산화지르코늄(ZrO₂)의 입방정계 결정 형태로, 극히 제한된 조건에서만 형성된다.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섭씨 2,370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며,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쉽게 다른 결정 구조로 전환된다. 일반적으로는 합성 보석으로 제작되며, 자연 상태에서의 존재는 매우 희귀하다.
이번에 검출된 결정은 약 2억 8,500만 년 전, 지름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소행성이 지표를 강타했을 때 생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충돌로 표면 암석이 순식간에 녹아 유리질 상태로 변했고, 그 안에 포함된 지르콘(ZrSiO₄)이 분해되며 고온에서 큐빅 지르코니아로 재결정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물질은 지표에서 형성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열 환경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르코니아는 세 가지 주요 결정 구조인 단사정계(저온), 정방정계(중고온), 입방정계(초고온)를 갖는다. 그중 입방정계 구조는 극도로 짧은 시간 동안의 초고온에서만 안정하며, 이후 급격한 냉각 시 다른 구조로 전환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큐빅 구조의 발견은 당시 고온 상태가 실제로 실현됐고 유지되었음을 입증하는 지질학적 기록이다.
충돌이 만든 결정, 광물 진화의 흔적
자연산 큐빅 지르코니아는 일부 달의 암석 시료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지만, 지구상 충돌 구조 내에서 직접 검출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 발견은 단순한 고온 기록을 넘어, 운석 충돌이 행성 지표의 광물 구조를 실질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열역학적 환경을 만들어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웨스트 클리어워터 호는 단일 충돌 사례이지만, 그 형성 조건은 태양계 초기에 빈번했던 고에너지 충돌 환경의 일부로 해석된다. 이러한 충돌은 순간적인 고온·고압을 유발하며, 광물의 분해, 재결정, 상전이 같은 물리적 변화뿐 아니라 지질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큐빅 지르코니아의 검출은 해당 환경에서 어떤 열역학적 전환이 실현됐는지를 물리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이 결정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충돌 조건 아래에서 가능한 물질 변화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유사한 물질은 아폴로 임무로 수집된 월석에서도 확인된 바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충돌 환경이 복잡한 화학 반응의 조건을 제공하고, 초기 지구의 물질 진화에 기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Neeraja S. Chinchalkar et al, Zircon microstructures record high temperature and pressure conditions during impact melt evolution at the West Clearwater Lake impact structure, Canada,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2024). DOI: 10.1016/j.epsl.2024.118714
자료: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