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포병이 지배하는 현대 전장에서 1·2차 세계 대전의 상징이었던 벙커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기업이 개발한 이동식 철갑 진지가 실전에 투입되며 “과거의 무기가 미래의 전장으로 복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0년 전 벙커 전술이 현대 전장에 부활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파라벨라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방산 전시회에서 이동식 방호 진지 ‘파라벨라’를 공개했다.
이 장비는 과거 전쟁에서 널리 사용된 필박스(Pillbox·소형 콘크리트 벙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조물이다. 필박스는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포격으로부터 보병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했으며, 제2차 세계 대전에는 국경과 해안 방어의 핵심 시설로 활용됐다.
기존 공군력과 기동전이 중심이 된 현대전에서는 사실상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로 취급됐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선이 고착되고 포병전과 드론전이 이어지자 병력을 보호할 수 있는 고정 방어시설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드론·대전차무기 견디는 철갑 돔
파라벨라는 철근 콘크리트 대신 두께 16㎜의 장갑 강판을 사용한다. 여러 장의 패널을 조립하면 직경 약 3.2m, 무게 3.3톤의 돔 형태 방어시설이 완성된다.
참호 위에 설치되며 최대 10명의 무장 병력이 내부에 들어갈 수 “있다. 필요하면 흙을 덮어 위장할 수 있으며 분해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외부에는 철제 격자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RPG와 같은 대전차 로켓탄이 장갑에 직접 충돌하기 전에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일부 패널은 개폐식 구조로 만들어 정찰이나 저격 사격에도 활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파라벨라가 이미 실전 환경에서 시험을 거쳤으며 NATO 기준에 맞춰 제작됐다고 밝혔다. 또한 소총탄은 물론 14.5㎜ 철갑소이탄, 152㎜ 고폭 포탄, 120㎜ 지뢰 2발의 동시 폭발, 드론 공격, RPG-7 대전차 로켓 공격까지 견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 같은 첨단 기술뿐 아니라 참호전과 벙커처럼 100년 전 전술의 부활도 이끌고 있다며, 현대전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New Atlas, “Ukraine progresses into the past with modern pill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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