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에너지가 시간이 흐르며 변하고 있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가 주도하는 국제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SCP)는 사상 최대 규모의 표준화된 Ia형 초신성 데이터 세트 ‘유니언3(Union3)’를 구축해 분석한 결과, 암흑에너지가 일정하지 않고 약해지고 있을 수 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 이 연구는 최근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25년 전 모델에 균열이 생기다
1998년, 약 50개의 Ia형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가 느려지는 대신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암흑에너지’가 우주 팽창을 밀어내는 미지의 원인으로 제안됐고, 이 발견은 2011년 노벨물리학상으로 이어졌다. 이후 수천 개의 초신성 데이터가 축적됐지만, 여전히 표준우주론 모델인 람다-CDM(ΛCDM)은 실험적 검증을 받고 있는 중이다. 특히 최근 들어 암흑에너지의 세기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며, 이 모델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SCP 연구진은 서로 다른 24개 관측 프로젝트에서 얻은 2,087개의 초신성을 정밀 보정해 통합한 후 분석했다. 그 결과 암흑에너지가 일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향이 관측됐고,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의 은하 분포 분석과도 방향이 일치해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왼쪽은 폭발 이전, 오른쪽은 초신성이 밝게 빛나는 장면이다.
Ia형 초신성은 우주 거리 측정의 기준으로 쓰이며, 암흑에너지 연구에 핵심적이다.
[사진=Byrne Observatory at Sedgwick Reserve / LCOGT / BJ Fulton]
논문 공저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솔 펄머터 박사(LBNL, UC버클리)는 “지금 단계에서 흥분하긴 이르지만, 서로 다른 방법론이 모두 단순한 람다-CDM과 어긋나는 결과를 보이기 시작한 점은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암흑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면, 현재의 가속 팽창이 언젠가는 둔화되거나 멈추고, 심지어 우주가 수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표준화의 진화, 분석의 비약
초신성은 본래 밝기가 일정해 ‘표준 촛불(standard candle)’로 불리며, 우주 거리 측정에 쓰인다. 유니언3는 초신성의 밝기 변화 곡선을 이용해 내재 밝기를 계산하고, 서로 다른 관측 조건과 장비에서 얻은 데이터를 하나의 스케일로 정규화했다.
또한 이번 분석에는 베이지안 계층 모델(Bayesian Hierarchical Model)이라는 고도 통계 기법이 도입됐다. 이는 관측 장비의 필터 감도 변화나 불확실성 요인까지 반영할 수 있어, 기존 분석보다 훨씬 정밀한 암흑에너지 모델 비교가 가능해졌다.
다음 관측은 더 멀리, 더 많이
연구진은 앞으로 수백 개의 저적색편이 초신성을 추가하고, 이후에는 루빈 천문대(Vera C. Rubin Observatory)와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이 제공할 수십만 개의 데이터를 포함할 계획이다. 이로써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암흑에너지의 변화를 장기적 시계열로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DESI의 은하 군집 분석(BAO) 등 독립적인 방법과의 통합 분석도 병행될 예정이다. BAO는 먼 과거의 우주 상태를, 초신성은 비교적 가까운 우주를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어, 두 기술은 상호 보완적이다.
펄머터는 “드디어 암흑에너지 이론 간의 차이를 검증할 수 있는 정밀도에 도달했다”며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밝혔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David Rubin et al, Union through UNITY: Cosmology with 2000 SNe Using a Unified Bayesian Framework,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5). DOI: 10.3847/1538-4357/adc0a5
제공: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