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미래를 둘러싼 전망이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우주가 약 70억 년 후 최대 크기에 도달한 뒤 팽창을 멈추고, 약 333억 년 후에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하나의 점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모델을 발표했다. 이른바 ‘빅 크런치(Big Crunch)’ 시나리오다.
이번 연구는 코넬대학교와 상하이 교통대학교를 포함한 연구진이 다크 에너지 서베이(DES), 다크 에너지 분광장비(DESI) 등 주요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립한 이론적 모델에 기반한다. 연구팀은 우주의 현재 나이인 약 138억 년을 기준으로, 약 70억 년 후 팽창이 정점에 이르고, 이후 약 200억 년에 걸친 수축 끝에 333억 년 시점에 전체 붕괴가 일어난다고 계산했다.
우주 ‘빅크런치’ 시나리오 재등장, 다크 에너지 재해석에서 출발하다
표준우주모형(ΛCDM)은 우주의 팽창을 일정한 우주상수(Λ)에 의해 설명한다. 이 가정하에서는 다크 에너지가 시공간 전반에 걸쳐 일정하게 작용하며, 우주는 무한히 가속 팽창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 전제를 수정한 모델을 제안한다. 연구진은 다크 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동적 스칼라장(dynamic scalar field)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경우, 현재의 팽창이 영구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반전될 가능성도 생긴다.

모델 구축을 위해 연구팀은 초경량 가상 입자인 액시온(axion)을 이론에 도입했다. 액시온은 입자물리학에서 제안된 스칼라 입자로, 우주 규모에서 에너지장을 형성할 수 있는 후보다. 여기에 음의 우주상수(negative cosmological constant)를 결합함으로써, 팽창을 억제하고 수축을 유도할 수 있는 내향력을 모델 내에 포함시켰다. 이 구성은 팽창이 일정 시점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 수축으로 전환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낸다.
우주 팽창의 종말과 수축 전환, 빅크런치 예측의 구조
이 모델에 따르면, 우주는 현재보다 약 69% 더 팽창한 지점에서 최대 크기에 도달하며, 그 이후부터는 팽창 속도가 감소하고 수축 단계로 진입한다. 초기에는 완만한 수축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되며, 약 333억 년 후에는 우주 전체가 고밀도 특이점(singularity)으로 붕괴한다는 예측이 도출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기존의 열적 냉각이나 무한 팽창과는 다른 경로를 따른다. 단일 수축 과정만을 전제로 한 비순환적 모델로서, 일회성 붕괴를 상정하고 있으며, 반복적인 우주 재생(예: 빅 바운스)과는 구별된다. 이론은 수학적으로 정식화되어 있으며, 특정 조건 하에서 물리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로 간주된다.
관측을 통해 시험될 수 있는 이론
이 모델은 아직 관측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두 가지 주요 가정, 즉 다크 에너지의 시간 변화와 음의 우주상수에 기반하고 있다. 연구진도 이론의 불확실성과 한계를 명확히 밝히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물리적 실증이 결여된 이론적 가설의 상태다.
그러나 이 모델은 관측을 통한 검토가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유럽우주국의 유클리드(Euclid), 미국 루빈 천문대(VRO), NASA의 로만 우주망원경(Roman Space Telescope) 등 다크 에너지의 시간 변동성과 팽창률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차세대 관측 프로젝트들이 예정돼 있다. 이들 장비는 팽창의 속도 변화, 에너지 밀도의 시계열 변동 등 핵심 변수들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론의 중심 가정들이 실측 데이터를 통해 직접 시험될 수 있게 되면, 빅크런치 시나리오 또한 하나의 우주 종말 모델로서 명확히 분류·평가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 있는 수학적 모형 중 하나로, 향후 관측 결과에 따라 채택되거나 폐기될 수 있는 과학적 가설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Hoang Nhan Luu et al, The Lifespan of our Universe, arXiv (2025). DOI: 10.48550/arxiv.2506.24011
자료: arXiv / Universe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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