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없는 유제품’ 시대 열린다…박테리아가 만든 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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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치즈와 요거트의 주요 단백질인 카제인(casein)을 동물 없이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연구진은 대장균(E. coli)을 유전적으로 조작해 αs1-카제인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방식은 동물성 원료 없이도 기존 유제품과 유사한 기능성과 영양 구조를 갖춘 식물성 대체 단백질 생산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Trends in Biotechnology』에 실린 이번 연구는, 기존 소 우유의 카제인과 기능적으로 유사한 두 가지 단백질 생산 전략 ‘세포 내 인산화(casein phosphorylation)’와 ‘포스포미메틱(phosphomimetic) 설계’를 제시했다. 특히, 우유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좌우하는 인산화 과정을 박테리아 안에서 구현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젖소는 우유 속 단백질의 약 80%를 차지하는 ‘카제인(casein)’을 생성하는 주요 동물로, 이 단백질은 인산화된 구조 덕분에 칼슘과 결합해 미셀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우유의 영양 안정성과 소화 흡수율을 높인다.

인산화, 우유의 구조와 기능을 좌우하는 핵심

카제인은 소화가 잘 되고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널리 소비된다. 세계 카제인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7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생산 방식은 대량의 젖소 사육과 유가공 과정에 기반해 환경 부담과 동물 복지 문제가 뒤따른다.

카제인은 단순히 단백질 섭취의 수단을 넘어서, 우유의 물리적 안정성과 무기질 전달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성분이다. 이 단백질은 내부에 위치한 세린(serine) 잔기에 인산기(phosphate group)가 결합하는 인산화(phosphorylation) 과정을 거치면서, 칼슘 이온과의 강력한 결합 능력을 얻게 된다. 이 결합은 나노미터 규모의 구형 복합체인 ‘카제인 미셀(casein micelle)’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미셀은 카제인 단백질, 칼슘, 인산염 등이 응집된 안정적인 구조로, 우유 속에 녹아 있는 무기질이 침전되지 않고 균일하게 분산되도록 한다.

연구진은 두 가지 방식으로 박테리아에서 우유 단백질 αs1-카제인을 만들었다. 왼쪽은 인산화 효소(kinase)를 함께 발현시켜 박테리아 안에서 실제 인산화가 일어나도록 한 방식이고, 오른쪽은 세린 자리에 전하가 비슷한 아스파트산을 대신 넣어 인산화된 상태를 흉내낸 ‘포스포미메틱’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대장균(E. coli) 안에서 카제인을 생산하며, 소에서 유래한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자료=Trends in Biotechnology, 2025]

이 구조는 단순한 점도 조절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 카제인 미셀은 체내에서 칼슘과 인의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주요 운반체로 작용하며, 특히 뼈 성장이나 골밀도가 중요한 시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인산화는 단백질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단계를 넘어서, 우유 전체의 영양적 가치와 생리적 효과를 결정짓는 핵심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미생물 기반 재조합 단백질 생산 방식에서는 이러한 인산화가 자연적으로 일어나지 않아, 칼슘과의 결합력이나 미셀 형성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생화학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기술적 해법을 제시했다.

세포 내 인산화 vs 인공 설계 단백질

연구팀은 미생물에서 카제인의 인산화를 재현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법을 시도했다. 첫 번째 전략은 대장균에 Bacillus subtilis 유래의 단백질 인산화 효소 세 가지를 동시에 발현시켜, 실제 세포 내에서 카제인 분자에 인산기가 붙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연 상태에서 생성되는 카제인과 구조적·기능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얻을 수 있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된 다양한 αs1-카제인 단백질의 소화 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인공 위액(SGF)과 장액(SIF)에 노출된 각 단백질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분해되는지를 비교했다. 소화 효소에 대한 내성과 분해 패턴은 단백질의 구조 및 인산화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사진=Trends in Biotechnology, 2025]

두 번째는 보다 공정이 단순한 설계 접근이다. 인산화가 일어나는 세린 잔기 대신, 음전하를 가진 아스파트산(aspartic acid)을 선택적으로 치환해 인산화의 전하 효과를 모방한 ‘포스포미메틱(phosphomimetic)’ 카제인을 제작했다. 비록 실제 인산화는 일어나지 않지만, 유사한 전기적 특성과 공간적 배치를 구현해 기능을 대체하려는 설계다. 이 방식은 공정이 간편하고 일관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산업적 응용에 유리하다.

두 방식으로 생산된 αs1-카제인은 구조 안정성, 칼슘 결합 능력, 소화 과정에서의 분해 효율 등에서 모두 소 유래 카제인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구조 분석과 위장관 모사 실험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kinase 기반 방식이 분자 수준의 정밀도에서 더 뛰어나지만, 포스포미메틱 접근이 생산 효율성과 기술 단순성 측면에서 우위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kinase 기반 인산화가 더 정밀한 재현을 가능하게 하지만, 포스포미메틱 방식이 산업적 생산에는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두 방식의 융합이나 최적화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 유제품 기술 실용화 시대

이번 연구는 대장균에 Bacillus subtilis 유래의 인산화 효소를 함께 발현시키거나, 세린을 아스파트산으로 대체한 포스포미메틱 단백질을 설계해 실제 소 유래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 소화성을 지닌 αs1-카제인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분자 수준에서 동물성 카제인을 대체할 수 있는 미생물 기반 생산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식품 산업 응용 가능성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독일 비건 식품 브랜드 베다(bedda)의 슬라이스 치즈 제품. 코코넛 오일을 기반으로 한 100% 식물성 치즈로, 유제품 없이도 치즈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 독일 내 비건 시장 확대에 맞춰 다양한 플랜트베이스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사진=zuckerjagdwurst.com]

네슬레 계열 브랜드 가든 구르메(Garden Gourmet)의 비건 달걀 대체 제품 ‘vEGGie’. 대두 단백질을 기반으로 스크램블 에그 형태를 구현했으며,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완전한 비건 식단에 적합하다.
[사진=zuckerjagdwurst.com]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비건 치즈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30억 달러 규모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11~12%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해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팩트엠알(Fact.MR)에 따르면, 비건 요거트 시장은 2023년 약 68억 달러에서 2033년까지 12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비건 분유와 기능성 단백질 보충제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도 대체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성장은 환경 부담과 동물복지 이슈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Suvasini Balasubramanian et al, Production of phosphorylated and functional αs1-casein in Escherichia coli, Trends in Biotechnology (2025). DOI: 10.1016/j.tibtech.2025.05.015

자료: Trends in Bio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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