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반려견도 특정 행동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행동 중독(behavioral addiction)’을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베른대 수의공중보건연구소와 생태·진화연구소,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학대 공동 연구팀은 반려견이 장난감에 대해 인간의 도박이나 온라인 게임 중독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10월 10일 자에 게재됐다.
중독은 본래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뇌의 보상 시스템이 과도하게 작동하면서 생긴다. 먹거나 사회적 교류를 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쾌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약물이나 스마트폰처럼 인위적 자극이 이 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하면 통제력을 잃게 된다. 연구진은 반려견이 장난감을 통해 이와 유사한 보상 자극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개 중 1/3 중독 증세 보여···장난감 사라지면 불안·흥분
연구에는 1세에서 10세 사이의 반려견 105마리가 참여했다. 말리노이즈, 보더콜리,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 고활동성 품종을 포함해 다양한 성향의 개들이 실험에 투입됐다. 각 개체는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장난감을 직접 선택했으며, 연구진은 장난감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행동 변화를 비교 관찰했다. 또한 주인에게는 평소 놀이 시간, 흥분 지속 시간, 놀이 중단 시 반응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관찰 결과, 전체의 약 3분의 1(33마리)이 중독형 행동을 보였다. 이들은 장난감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불안과 흥분을 보였고, 주변을 탐색하거나 문을 긁는 등의 집착적 행동을 나타냈다. 장난감이 주어졌을 때는 집중도가 높아졌지만, 놀이를 멈추게 하면 흥분 상태가 10~15분 이상 지속되었다. 또 다른 개들은 장난감 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음식이나 주인의 부름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일부는 피로하거나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놀이를 중단하지 않았다.
도파민 폭주···뇌 쾌락 시스템 비정상적 활성화
연구진은 이러한 반응이 단순한 놀이 본능이 아니라, 뇌의 보상 회로가 반복 자극을 받으며 강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장난감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자극원이 되어 뇌의 쾌락 시스템을 비정상적으로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개가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기 어려워지고, 자극에 대한 의존이 강화된다. 이는 인간의 도박이나 게임 중독에서 관찰되는 신경 생리적 반응과 매우 유사하다.
연구를 이끈 슈테파니 리머 베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려견도 보상 자극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사람과 가까이 생활하는 동물들이 인간 사회의 자극 환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행동이 반려견의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반려견의 행동 중독을 예방하려면, 장난감 중심의 놀이에만 의존하지 않고 산책, 훈련, 주인과의 교감 등 다양한 형태의 자극을 제공해 균형 잡힌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난감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놀이를 통해 흥분한 개가 스스로 진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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