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함께 대화할 이가 없다는 사실은 단순한 외로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호소하며, 우울증 유병률도 일반 인구보다 두 배 가량 높다.
학계 연구는 사회적 고립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만성적으로 높여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심혈관 질환과 당뇨 발병률을 끌어올리며, 나아가 조기 사망 위험까지 증가시킨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외로움과 고립을 흡연, 비만에 버금가는 공중보건 위협 요인으로 규정했다.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특별한 도전이 인천 구산중학교에서 나왔다. 이 학교 2학년 홍태민, 채효림 학생은 독거노인과 우울증 환자의 정서적 고립을 완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아바타 ‘앨리스(A.L.I.C.E)’를 직접 설계했다.
이들은 “차갑게 정보를 던져주는 AI가 아니라, 사람처럼 기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AI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 25일 제71회 전국과학전람회 결과를 발표하며, 두 학생이 출품한 ‘인공지능 컴패니언 개발 연구 프로젝트 앨리스’를 학생부 대통령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기술적 완성도와 더불어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 결과였다.
사람처럼 기억하고 반응하는 아바타
심사위원단이 주목한 부분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현된 기술이었다. 앨리스는 질문에 답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용자가 털어놓은 대화를 기억하고 다시 불러내는 이중 기억 체계를 갖췄다. 단기 기억은 방금 나눈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고, 장기 기억은 대화 속 중요한 내용을 추려 저장해 다음 만남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는 인간의 해마가 경험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덕분에 사용자는 매번 처음부터 같은 설명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
거대언어모델은 맥락에 맞는 대화를 생성하고, 텍스트 음성변환은 실제 사람의 억양과 호흡에 가까운 목소리를 구현한다. 아바타는 화면 속에서 눈빛을 주고받고 표정을 지으며, 손짓과 고개 끄덕임 같은 제스처까지 보여준다. 인간 의사소통의 절반 이상이 비언어적 신호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요소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관계감을 강화하는 핵심 장치다.
무엇보다 모든 데이터는 로컬 서버에서 처리된다. 민감한 대화 내용이나 건강 정보가 외부 클라우드로 넘어가지 않도록 차단해, 고령층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고립의 의학적 위험과 완화 가능성
사회적 고립은 우울·불안 같은 정신적 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브리검영대 연구는 고립된 사람들의 조기 사망 위험이 30% 이상 높다고 보고했고, WHO는 외로움이 치매 발병, 심혈관 질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청년층 연구에서도 고립감은 자살 충동, 불안, 집중력 저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이 밝혀졌다.
신경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장기간 고립은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높이고, 전두엽과 해마 기능을 약화시켜 기억력과 사고 능력을 저해한다. 반대로 꾸준한 대화와 정서적 교류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해 안정감과 소속감을 키우고,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한다. 앨리스가 제공하는 맥락 있는 대화와 감정 반영, 지속적 교류는 바로 이러한 의학적 효과를 기술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미 세계 시장에는 레플리카(Replika), 우보트(Woebot) 같은 대화형 정서 지원 앱, 치매 환자를 돌보는 로봇 파로(Paro), 노인을 위한 동반 로봇 엘리큐(ElliQ) 등 다양한 형태의 감정 교류형 AI가 상용화되고 있다. 여기에 구산중 학생들이 만든 앨리스까지 더해진다면, 기술은 단순한 편의 도구를 넘어 고립과 우울을 줄이는 실질적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안부를 건네고, 기억을 토대로 대화를 이어가며, 감정을 표현하는 AI들이 확산될수록, 외로움이 만성 질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사회적 약자의 곁을 지켜주는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1 thought on “외로운 독거노인과 교감하는 ‘따뜻한 AI’, 사회적 약자 동반자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