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으로 보였던 포말하우트 b, 충돌의 잔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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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밤하늘에 새로 나타난 밝은 점 하나가 천문학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외계행성 발견을 알리는 또 하나의 신호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 빛은 그렇게 기록됐다. 그러나 몇 년 뒤, 같은 자리에서 그 점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또 다른 빛이 등장했다. 행성이 이동한 흔적은 없었다. 대신 드러난 것은, 다른 항성계에서 거의 포착된 적 없는 충돌의 연속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 장기 관측 자료를 분석한 국제 연구진은 이 두 개의 빛이 행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점에 발생한 미행성체 충돌이 남긴 먼지 구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 번도 보기 힘든 충돌 장면이 같은 항성계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관측된 셈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에 게재됐다.

분석 대상은 지구에서 약 25광년 떨어진 포말하우트 항성계다. 포말하우트는 태양보다 질량이 크고 밝은 A형 항성으로, 광범위한 먼지 원반을 갖고 있다. 이 원반은 소행성대보다 훨씬 큰 규모로 퍼져 있어, 행성 형성과 천체 충돌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관측 표적으로 활용돼 왔다.

포말하우트 항성계에서 두 미행성체가 충돌하며 밝은 먼지 구름이 형성되는 장면을 표현한 상상도다. 충돌 직후 방출된 먼지가 별빛을 반사해 외계행성처럼 보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NASA, ESA, STScI, Ralf Crawford (STScI)]

2008년 허블 관측에서 이 원반 외곽에서 밝은 점광원이 처음 발견됐다. 별빛을 반사하는 형태였던 이 광원은 외계행성 후보로 분류돼 포말하우트 b라는 이름을 얻었다. 당시에는 가시광선으로 직접 포착된 드문 외계행성 사례로 주목받았다.

사라진 포말하우트 b와 두 차례의 충돌 기록

그러나 이후 축적된 관측 자료는 기존 해석에 의문을 던졌다. 2023년 허블 영상에서 포말하우트 b는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인접한 위치에서 또 다른 밝은 점이 새롭게 나타났다. 단일 행성이 공전하면서 보이는 변화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연구진은 과거와 최근의 허블 데이터를 정밀 비교해 두 광원이 동일한 천체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기존의 포말하우트 b는 충돌 잔해 cs1로, 새로 관측된 광원은 cs2로 재분류됐다. 두 광원은 서로 다른 시점에 형성된, 독립적인 충돌의 결과였다.

포말하우트 주변에서 두 천체가 접근해 충돌하고, 이후 먼지 구름이 퍼져 나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타낸 상상도다. 허블 관측으로 확인된 충돌 잔해의 시간적 변화를 시각화했다.
[사진=NASA, ESA, STScI, Ralf Crawford (STScI)]

이번 연구에는 국제 공동연구진이 참여했으며, 노스웨스턴대의 제이슨 왕(Jason Wang)이 핵심 분석을 맡았다. 연구팀은 약 20년에 걸친 허블 장기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cs1과 cs2가 각각 소행성 크기의 미행성체가 고속으로 충돌하면서 생성된 먼지 구름이라는 점을 독립적인 분석으로 확인했다.

충돌 직후 방출된 먼지는 조밀한 구름을 이루며 별빛을 강하게 반사해 점광원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자는 주변으로 퍼지고, 밝기는 점차 감소한다. cs1이 수년에 걸쳐 희미해지다 사라진 과정은 이러한 확산 모델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론적으로 미행성체 간 대규모 충돌은 수만 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포말하우트 항성계에서는 불과 20년 사이 두 차례의 충돌 흔적이 관측됐다. 연구진은 두꺼운 먼지 원반과 높은 천체 밀도가 충돌 확률을 높였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포말하우트 항성계의 실제 관측 이미지다. 중심의 별은 가려졌으며, 주변에 넓게 분포한 먼지 원반 구조가 드러난다.
[사진=NASA, ESA]

행성 형성과 외계행성 탐사에 던진 질문

미행성체 충돌은 행성 형성 과정의 핵심 단계다. 작은 암석과 먼지 입자가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결합하면서 점차 더 큰 천체로 성장한다. 이번 관측은 이러한 과정을 이론이나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영상 자료로 확인한 드문 사례다.

먼지 구름의 밝기 변화와 확산 속도를 분석한 결과, 충돌에 관여한 천체는 수십 킬로미터 규모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소행성 내부 구조와 충돌 물리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제약 조건을 제공한다. 이러한 연구는 지구 근접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충돌을 방지하는 이중 소행성 방향 전환 실험(DART)와 같은 행성 방어 연구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번 발견은 외계행성 직접 영상 관측의 해석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충돌로 생성된 먼지 구름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안정적인 점광원처럼 관측될 수 있다. 반사광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실제 행성과 일시적인 충돌 잔해를 구분하기 어렵다.

차세대 대형망원경들이 생명거주가능 영역의 외계행성을 직접 탐색하려는 상황에서, 이러한 오인 가능성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시간에 따른 밝기 변화, 색 정보, 공간적 확산 여부를 함께 분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노후화로 인해 장기적인 고정밀 관측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 NIRCam을 활용한 후속 관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Paul Kalas et al, A second planetesimal collision in the Fomalhaut system, Science (2025). DOI: 10.1126/science.adu6266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u6266

자료: Science / Northwester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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