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은 단순히 환경 때문이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에 공통된 특징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새로운 증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지적 경직성’이 강할수록 권위주의와 극단적 이념을 지지하는 경향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극단주의를 부르는 ‘경직된 사고방식’
정치신경과학자 리어 즈미그로드 박사는 수천 명을 대상으로 10여 년간 진행한 연구를 통해 극단주의 성향은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사고하느냐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심리학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정 상황에 놓이면 권위에 복종하고 극단주의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다. 대표적으로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과 솔로몬 애시의 동조 실험,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들 실험에서도 상당수 참가자가 끝까지 복종이나 동조를 거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환경이 아니라 개인의 인지적 특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카드 분류 게임 등 신경심리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게임 도중 규칙이 예고 없이 바뀌면 유연한 사람들은 새로운 규칙을 빠르게 찾아 적응했지만, 인지적으로 경직된 사람들은 기존 규칙만 반복하며 실패를 거듭했다.
이러한 참가자일수록 권위에 대한 복종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의 신념과 다른 증거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집단을 위해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도 더 높은 동의를 보였다.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
흥미롭게도 이러한 경향은 정치 성향과는 무관했다. 극우와 극좌처럼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인지적 유연성이 낮고 사고가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특정 정치적 정체성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은 변화에 더 잘 적응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연구자는 결국 극단주의에 취약한지는 어떤 이념을 선택했느냐보다 변화와 불확실성을 처리하는 사고방식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지적 경직성은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됐다. 실제로 가장 사고가 경직된 사람들이 자신을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며, 반대로 실제로 유연한 사람들은 자신의 적응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극단주의를 예방하기 위해 특정 이념을 반박하는 것보다 인지적 유연성을 키우는 훈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존 사고방식을 수정하는 능력을 기르면 권위주의와 극단적 이념에도 덜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The thinking style that makes people vulnerable to extrem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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