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마뱀 피부에 숨어 있던 뼈, 파충류 진화의 퍼즐을 맞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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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호주와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왕도마뱀(Goanna)의 피부 아래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뼛조각 구조가 발견됐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마이크로CT 영상 분석을 통해 29종의 왕도마뱀 피부 속에 ‘골편(osteoderm)’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극소수 도마뱀에서만 관찰되던 이 구조는, 이번 발견으로 알려진 사례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써 골편이 일부 희귀종의 특성이 아니라, 파충류 전반에 걸친 보편적 생존 전략일 수 있다는 새로운 진화 가설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는 최근 《린네학회 동물학 저널(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에 발표됐으며, 세계 주요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된 약 2,000점의 파충류 표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대규모 골편 전수조사다.

로젠버그왕도마뱀 마이크로CT 영상
이 이미지는 로젠버그왕도마뱀(Varanus rosenbergi)의 머리를 마이크로CT로 촬영한 것이다.
오른쪽은 비늘로 덮인 피부 외형,가운데는 피부 속 뼛조각인 골편(osteoderm)이 격자 구조로 분포한 모습,왼쪽은 두개골과 치아, 턱뼈 등 내부 골격이 드러난 모습이다.골편은 단순한 외피가 아닌, 내부 골격과 연결된 복합 구조로 기능하며, 최신 영상 기술을 통해 손상 없이 확인된대표 사례다. [사진=Roy Ebel]

골편, 일부 예외 아닌 파충류 공통 특성일 가능성 제기

골편은 피부 내부에 형성된 작고 단단한 뼈 구조로, 악어·아르마딜로·공룡 등 일부 고대 동물에서 잘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는 코모도왕도마뱀 같은 일부 대형종에서만 확인됐지만, 이번 분석을 통해 왕도마뱀 전반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도마뱀 전체로 범위를 넓힐 경우, 골편을 가진 종의 비율이 기존보다 약 85% 더 많다고 추정했다. 이는 골편이 일부 종의 예외적 특성이 아니라, 파충류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진화적 적응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드저니(MidJourney)로 재현한 로젠버그왕도마뱀(Varanus rosenbergi)의 생존 추정 모습
[사진=Science Wave]

골편의 기능은 단순 방어를 넘어선다. 체온 조절, 칼슘 저장, 그리고 몸의 움직임을 안정화하는 구조적 지지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번식기에는 골편이 칼슘을 공급원으로 사용될 수 있고, 고온·건조한 환경에서는 체온 분산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0년 된 표본, 최신 기술로 골편 존재 확인

이번 연구는 수십 년에서 120년 이상 된 박물관 표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신 마이크로CT 기술을 통해 손상 없이 피부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영상화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기존 관찰법으로는 놓쳤던 골편의 존재가 드러났다.

대표 사례로, 녹색나무도마뱀(Varanus prasinus)의 영상에서는 피부 내부에 고밀도의 골편이 분포한 모습이 확인됐다. 해당 영상은 MorphoSource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돼 있다.

로젠버그왕도마뱀(Varanus rosenbergi)의 마이크로CT 컬러 영상. 고밀도 조직(붉은색)인 두개골과 척추, 중간 밀도의 골편(노란색)이 몸 전체에 격자처럼 분포한 모습이 나타난다.
[사진=Roy Ebel / Museums Victoria]

골편 분포, 호주 고온·건조 환경에 대한 진화 적응 가능성

왕도마뱀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골편은 이 종들이 오랜 시간 동안 호주의 극한 기후와 물리적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결과일 수 있다. 골편은 단순한 해부학적 구조가 아니라, 환경 압력에 대한 복합적 적응의 증거로 해석된다.

연구 책임자인 로이 에벨(Roy Ebel) 박사(호주국립대·빅토리아박물관)는 “박물관 표본은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니라, 생물학적 진화의 실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분석 도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파충류의 피부 아래 감춰졌던 구조를 통해, 척추동물의 진화적 적응과 생리 구조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골편은 뼈와 피부, 환경 사이의 연결을 보여주는 구체적 물리 증거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Roy Ebel et al, Dermal armour in lizards: Osteoderms more common than presumed, 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2025). DOI: 10.1093/zoolinnean/zlaf070

자료: 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제공: Museums Vict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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