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오디세이』와 여러 전쟁 영화는 사람이 자신의 양심을 거스르는 일을 했다고 느낄 때 죄책감과 수치심이 마음속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보여준다. 인간은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뒤에도 전쟁을 완전히 떠나지 못할 수 있다.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은 전장에 남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연구해 온 에이미 바두라브랙은 『오디세이』를 전쟁이 인간의 마음에 남기는 상처를 그린 아주 오래된 작품으로 바라본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도덕적 상처’다. 무서운 일을 겪은 충격으로 마음이 아픈 것과는 조금 다르다.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잘못된 일을 목격하거나, 누군가를 구하지 못했을 때 “나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생각이 자신의 양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오디세우스 역시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속임수를 사용해 전쟁에서 이긴 그는 긴 항해를 떠돌며 죄책감과 수치심, 마음속의 공허함에 시달린다. 전쟁의 승자가 반드시 마음까지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상처를 치료하려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2022년 소개된 ‘살인의 영향’이라는 치료법은 참전 군인이 “나는 나쁜 사람이다”, “나는 고통받아 마땅하다” 같은 생각에 갇히지 않도록 돕는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바라보고 책임을 이해하면서 자신을 용서할 길을 찾는 것이다.
‘오디세이’가 보여준 가장 무거운 죄책감
영화도 오래전부터 이런 마음의 상처를 그려왔다. 1946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에서는 폭격기 조종사였던 프레드가 전쟁에서 돌아온 뒤 악몽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주 높은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을 공격했더라도 그 기억은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디어 헌터』에서는 베트남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 폭력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7월 4일생』의 론 코빅은 전쟁 중 실수로 동료를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자신까지 미워하게 된다. 결국 죽은 동료의 가족을 찾아가 진실을 털어놓는 일이 회복을 향한 첫걸음이 된다.
이 작품들이 던지는 질문은 비슷하다.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으로 정말 전쟁이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양심이 있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자신이 한 일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또 하나의 싸움이 남을 수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ology Today, “What ‘The Odyssey’ Teaches Us About Moral Inj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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