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컵과 포장지에서 떨어져 나온 보이지 않는 입자들이 물과 음식, 공기를 타고 몸 안으로 들어온다. 현미경 아래에서나 보일 법한 미세플라스틱은 임신한 개체의 몸을 지나 모유로 스며들고, 젖을 빠는 순간 새끼의 장과 혈류로 옮겨간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다용 연구팀은 폴리에틸렌(PE) 미세플라스틱을 임신 생쥐에 섭취시켜 이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젖을 통해 전달된 입자들이 새끼의 비장에 쌓이면서 면역 발달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새끼에서는 T세포와 NK세포가 줄고 염증성 B세포가 늘었으며, 성장기 내내 인터페론과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낮게 유지됐다. 결과는 최근 유해물질 저널에 게재됐다.
면역 발달 교란과 장기적 감염 취약성
모체가 섭취한 폴리에틸렌(PE) 미세플라스틱은 수유기를 거쳐 새끼의 체내로 이동했고, 면역 기관인 비장에서 고농도로 축적됐다. 비장은 혈액 속 항원을 인식하고 T세포·B세포 반응을 조절하는 중심 기관으로, 이곳의 세포 구성이 바뀌면 체내 면역 네트워크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연구진은 새끼 생쥐의 비장에서 T세포와 NK세포가 감소하고,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B세포가 과다하게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정상적인 면역 발달에서는 세포 간의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미세플라스틱 노출군에서는 이러한 균형이 무너졌다. 이는 일시적 염증이 아니라 발달 단계에서 면역 체계의 설계가 왜곡된 결과로, 성장기 내내 인터페론과 사이토카인 분비가 억제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세플라스틱은 표면에 금속 이온이나 유기 화합물이 쉽게 흡착돼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면역 신호를 교란한다. 단백질성 조직과 결합력이 강해 한 번 침투하면 분해나 배출이 어렵다. 연구진은 새끼의 비장에서 미세플라스틱 잔류와 함께 면역 관련 유전자 발현이 변한 것을 확인했다.
인터페론 경로의 발현이 억제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TNF-α, IL-6 등)의 분비 조절이 비정상적으로 유지되면서 면역계의 초기 학습이 손상된 것이다. 이는 모유를 통해 전달된 미세플라스틱이 단순 축적이 아닌 구조적 재편을 일으켜, 면역 발달 경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어 H1N1 신종플루 바이러스 감염 실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노출의 생리적 결과를 검증했다. 노출군 새끼는 정상군보다 체중이 빠르게 감소했고, 인터페론과 항바이러스 사이토카인 분비가 줄어 바이러스 억제 능력이 현저히 낮았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체내 잔류물이 아니라, 면역 발달을 교란해 감염 저항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임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특히 면역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임신부와 영유아가 생활 속 미세플라스틱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을 경고하며, 향후 사람의 모유·혈액을 대상으로 한 정량 분석과 입자 크기·형상·첨가제에 따른 독성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