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외곽의 작은 얼음 위성 내부에서는 물이 고체·액체·기체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삼중점 조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실린 것으로, 두꺼운 얼음 아래의 바다가 단순한 액체층이 아니라 내부 열과 압력 변화에 따라 상이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성은 엔셀라두스·미마스·미란다 같은 소형 얼음 위성의 표면 지형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리고 이들 내부 해양이 장기간에 걸쳐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UC 데이비스 연구팀은 얼음 위성들이 모행성과의 중력 작용 때문에 내부에 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열의 크기 변동에 따라 얼음 껍질은 얇아지거나 두꺼워지는데, 이러한 변화가 장기간 반복되면 내부 바다의 압력 구조도 변한다. 이전 연구는 얼음이 얼어 껍질이 두꺼워질 때 압력이 상승해 엔셀라두스의 균열 지형과 같은 구조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사진=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Public Domain]
이번 연구는 그 반대 경우를 계산했다. 얼음이 아래에서 녹으면 물은 얼음보다 부피가 작기 때문에 내부 압력이 낮아진다. 소형 위성에서는 이 압력 감소가 상당할 수 있으며, 이때 물이 삼중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생긴다. 연구진은 토성의 미마스와 엔셀라두스, 천왕성의 미란다처럼 규모가 작은 위성에서 이 현상이 일어날 조건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삼중점에 도달한 바다는 일정한 온도에서 상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는 실제 끓음과는 전혀 다르지만, 내부 환경이 매우 민감한 균형 상태에 놓일 수 있음을 뜻한다. 보이저 2호가 촬영한 미란다의 복잡한 절벽과 능선 구조는 이러한 내부 압력 변화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미마스가 표면 활동이 거의 없지만 회전 운동의 미세한 변동 때문에 내부 바다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사례 또한 이 모델과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큰 위성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천왕성의 티타니아 같은 위성은 내부 압력이 삼중점 조건에 도달하기 전에 얼음 껍질이 먼저 깨진다. 연구팀은 티타니아의 지형이 과거 얼음층이 얇아졌다가 다시 두꺼워지는 과정에서 형성되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얼음 위성의 내부 바다가 안정된 한 덩어리의 물이 아니라, 압력과 열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상태를 오갈 수 있는 복잡한 환경임을 시사한다. 태양계 외곽의 해양 세계가 어떤 과정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며, 향후 생명체 탐사 전략의 기준을 넓힐 자료가 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UC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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