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험실을 떠난 양자 세계, ‘스케일업의 난제’에 맞서다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고, 자성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신비로운 물질인 양자재료(quantum materials)는 차세대 반도체, 초전도체, 양자컴퓨터의 핵심 기반으로 주목받는 등 오랫동안 ‘미래의 물질’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들의 놀라운 성질은 대부분 극저온이나 정밀한 실험실 환경에서만 유지된다. 현실에서의 온도와 압력, 경제성 앞에서 ‘양자적 완벽함’은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오래된 난제를 정면으로 다룬 연구가 최근 MIT에서 나왔다.

[사진=materials today]
양자성과 지속가능 사이의 균형
MIT 핵과학공학과 밍다 리(Mingda Li) 교수 연구팀은 ‘양자재료의 산업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물질의 양자적 특성만을 좇는 대신, “얼마나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가”를 함께 측정하는 접근법이다.
연구팀은 약 1만6천여 종의 양자재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각 물질의 전자 구조를 기반으로 ‘양자 무게(quantum weight)’를 계산했다. 이 지표는 MIT 물리학과 량 푸(Liang Fu)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전자의 양자적 진동과 상관성의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다.
리 교수팀은 여기에 가격, 공급망 안정성, 환경 영향도 같은 산업적 요인을 결합해 ‘지속가능성 지수’를 도출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양자 무게가 높을수록 재료의 희귀성·독성·채굴 부담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가장 ‘양자적인’ 재료일수록 현실 산업에는 부적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새로운 기준, 새로운 후보군
흥미롭게도 중간 수준의 양자성을 지니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환경 부담이 낮은 약 200여 종의 후보군이 도출됐다. 그 중 31종은 양자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공동저자 무양 청 (Mouyang Cheng)과 아리타야 분키드(Artittaya Boonkird) 는 “학계는 종종 가장 기묘한 현상에만 매료되어, 실제 응용 가능성을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그런 관행을 넘어 ‘양자재료의 산업 친화성’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리 교수는 “앞으로의 양자재료 연구는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비용과 환경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지속가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윤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Mingda Li et al., Materials Today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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