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서는 때때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강한 X선이 번쩍이며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초고속 X선 섬광(FXT)이라고 부르는데, 지속 시간은 수백 초에서 길어야 몇 시간 정도다. 문제는 이 현상이 너무 짧고 갑작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 영향을 추적하거나 정확한 정체를 밝히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 미스터리한 폭발 하나가 최근 다시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짧게 번쩍인 EP241107a, 깊게 남겨진 흔적
2024년 11월, 중국의 X선 우주망원경 아인슈타인 프로브(Einstein Probe)는 EP241107a라는 새 FXT를 포착했다. 당시에는 순간적인 X선 번쩍임처럼 보였지만, 뒤이어 지상 망원경들이 포착한 전파·광학 신호가 기존 FXT보다 훨씬 체계적인 구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10GHz와 6GHz에서 모두 라디오 신호가 확인됐고, 광학에서도 일정 시간 남아 있는 잔광이 나타나 감마선폭발(GRB)의 전형적인 패턴과 유사한 양상이 드러났다. 약 한 시간 뒤에는 X선 애프터글로우도 나타났고,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곡선은 GRB 잔광 특성과 거의 일치했다.
EP241107a가 발생한 은하는 태양질량 약 20억 배 규모의 중간질량 은하로, 항성 형성률도 연간 0.6태양질량 수준으로 비교적 평온한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 나타난 폭발이라는 점 또한 주목되는데, 이는 매우 강력한 감마선을 내지 않는 약한 GRB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비검출 감마선, 선명한 감마선폭발(GRB) 흔적
이번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감마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GRB는 우주에서 가장 강한 감마선을 뿜어내는 폭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GRB가 같은 형태는 아니다. 폭발 제트의 방향이 지구를 정확히 향하지 않았거나, 폭발 자체의 에너지가 낮은 경우 감마선은 관측되지 않지만 X선과 전파에서 잔광만 남기도 한다. EP241107a는 바로 이 범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EP241107a가 FXT로 분류된 사건 중에서도 GRB의 특성을 가진 ‘어두운 GRB’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FXT는 GRB, 초신성 초기 충격, 항성 플레어 등 여러 폭발 현상이 뒤섞인 훨씬 복잡한 부류일 수 있다. 아인슈타인 프로브가 앞으로 더 많은 짧은 섬광을 포착하게 되면 FXT의 정체와 GRB의 다양한 형태는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D. Eappachen et al, Characterising EP241107a: Multiwavelength Observations of an Einstein Probe-detected Fast X-ray Transient, arXiv (2025). DOI: 10.48550/arxiv.2511.02562
자료: a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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