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내막에서 어떤 유전자가 언제 활성화되는지에 따라 임신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단일세포 RNA 분석을 통해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시기에 중요한 세포와 유전자 패턴을 확인했다. 이 발견은 불임의 원인을 이해하고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iStock.com]
자궁 내막의 유전자 활동이 임신 성공을 좌우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 같은 보조생식 기술은 많은 사람들이 임신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배아의 염색체 이상 여부까지 검사한 뒤 자궁에 이식하더라도 약 30~40퍼센트의 배아는 자궁에 착상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여러 번 IVF 시술을 받아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배아의 건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배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궁 안쪽을 덮고 있는 조직인 ‘자궁 내막’이 배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궁 내막의 두께가 착상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고, 실제로 어떤 세포와 분자가 이 과정을 조절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럿거스 헬스 뉴저지 의과대학의 생식내분비학자 나타키 더글러스 연구팀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더글러스는 “생식의학 분야에서 자궁 내막은 아직도 일종의 ‘블랙박스’처럼 남아 있다”며 “무엇이 임신 성공을 결정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시간주립대 연구진과 협력해 가임 여성의 자궁 내막에서 유전자 활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했다. 특히 이전 연구가 대부분 백인 집단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연구에는 흑인과 히스패닉 참가자도 포함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Insight》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시기와 임신 초기 단계에서 특정 세포 유형과 유전자 활동 패턴이 크게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유전자 패턴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임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점수’도 개발했다.
단일세포 분석이 밝혀낸 착상의 비밀
연구진은 27명의 여성에게서 자궁 내막 조직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리고 채취 시점의 월경 주기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누었다. 증식기, 초기 분비기, 중기 분비기, 후기 분비기다. 이 가운데 중기 분비기는 자궁 내막이 배아 착상에 가장 적합한 시기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연구진은 임신 6~8주 사이에 임신 중단을 선택한 참가자들에게서 자궁 내막 조직도 얻어 분석했다. 모든 참가자는 최소 한 번 이상 정상적인 임신 경험이 있었고, 특별한 불임 문제를 보고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먼저 연구진은 자궁 내막 전체 조직을 대상으로 RNA 분석을 진행했다. RNA는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활동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분석 결과 증식기와 초기 분비기 조직은 서로 비슷한 유전자 패턴을 보였고, 중기와 후기 분비기 조직은 또 다른 그룹을 형성했다.
이후 연구진은 더 정밀한 분석을 위해 ‘단일세포 RNA 분석’을 실시했다. 이는 조직 전체가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 활동을 따로 살펴보는 방법이다. 이 분석을 통해 월경 주기와 임신 초기 단계에서 자궁 내막 세포 구성과 유전자 활동이 크게 바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연구진은 ‘분비샘 상피세포’라는 특정 세포가 착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전 동물 연구에서는 이 세포들이 착상에 필요한 물질을 분비한다는 점이 알려져 있었지만, 인간에서 그 중요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착상에 중요한 유전자 556개를 찾아 ‘GERM(분비샘 상피 착상 모듈)’이라는 유전자 패턴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패턴을 다른 연구 데이터와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이 유전자 패턴이 강하게 나타난 조직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임신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됐고, 착상 실패나 반복 유산을 겪은 사람들의 조직에서는 그 점수가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 발견이 불임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더글러스는 “불임이나 반복 유산이 단 하나의 문제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일 수 있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적어도 어떤 생물학적 변화가 그 과정에 관여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TheScientist, “Uterine Gene Expression May Hold the Secret to Fertility”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