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길찾기부터 자율주행차, 위성기반 기상 관측까지. 우리는 정밀한 위성 서비스를 일상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이 정밀도의 기반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위성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하려면, 지구 외부의 절대적 기스마트폰으로 길을 찾고 위성으로 날씨를 예측하는 시대. 이 모든 기술의 기반에는 정밀한 위성 위치 측정이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정확도를 유지하는 열쇠는 지구가 아닌, 수십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 있다.
과학자들은 위성의 위치를 보정하기 위해 먼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블랙홀은 강력하고 일정한 전파를 방출하며, 수억 년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우주적 고정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 신호가 스마트폰, 와이파이, 위성 인터넷 등 인간 활동에서 발생한 전파 소음에 의해 점점 가려지고 있다.

[사진=NASA, ESA, CSA, Ralf Crawford (STScI)]
블랙홀은 왜 기준점이 되는가
지구는 자전하고, 태양은 은하를 따라 이동하며, 인공위성은 지구를 공전한다. 이처럼 모든 기준이 움직이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점을 확보하는 것이 정밀 측정의 핵심이다. 과학자들은 수십억 광년 거리의 블랙홀을 그 기준점으로 사용한다.
초대질량 블랙홀은 주변 물질을 삼키며 일정한 방향으로 전파를 방출한다. 이 신호는 지구의 자전, 공전, 위성의 궤도 오차까지 계산해 보정할 수 있는 고정 좌표계 역할을 한다. VLBI(초장기선 간섭계) 기술은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이 미세한 신호를 정밀하게 포착한다.

늘어나는 전파 소음, 관측 가린다
블랙홀에서 오는 전파는 극도로 약하다. 반면 현대 사회의 통신 전파는 점점 강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5G와 6G 같은 고주파 이동통신, 수천 개의 위성이 뿜는 신호는 관측 환경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다.
공식적으로 주파수는 구분돼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통신 신호와 천문 신호 간 간섭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블랙홀 신호는 이 ‘전파 소음’에 묻혀 점점 탐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블랙홀, 정밀 기술의 기준선을 지키려면
초대질량 블랙홀은 수십억 광년 거리에서 일정한 전파 신호를 방출하며, 지구 기준 좌표계를 정밀하게 유지하는 절대 기준점으로 활용된다. 이 신호는 위성의 미세한 궤도 오차를 교정하고, 지구의 자전·공전 운동을 보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 결과는 항법 시스템뿐 아니라 항공·해상 교통, 전력망, 금융 거래, 기후 감시 등 현대 인프라 전반의 정확성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스마트폰, 와이파이, 위성 인터넷에서 방출되는 강한 전파가 블랙홀 신호를 방해하고 있다. 이는 전파망원경이 약한 천체 신호를 감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정밀 측지 시스템의 신뢰성까지 위협한다. 해결책은 국제 협의를 통해 전파 천문학 보호 주파수를 확보하고, 주요 전파망원경 주변에 인공 전파를 제한하는 ‘조용한 지대(Radio Quiet Zone)’를 지정·강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위성통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지상 관측소를 피해 신호를 조절하는 기술적 조율도 병행돼야 한다.
블랙홀 신호를 명확히 수신할 수 있어야 정밀한 위성 위치 좌표계가 유지된다. 이를 지키는 일은 곧, 우리가 의존하는 기술 기반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전하는 과학적 전선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Th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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