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림·혈압약 등 일상 처방약이 암환자들의 치료효과와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속쓰림과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사용되는 양성자펌프억제제(PPI) 복용 환자에서 전체 생존율과 무진행 생존율이 낮아지고, 치료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혈압약과 대사질환 약물은 생존율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약물별 결과는 뚜렷하게 달랐다. 이번 연구는 암 환자의 치료 성과를 결정짓는 숨은 변수로서 약물 병용 관리의 중요성을 제기한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와 플린더스대학교 연구팀은 19개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방암 환자 23,211명의 복용 약물과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PPI를 복용한 환자군은 항암 치료 동안 전체 생존율과 무진행 생존율 모두 낮았으며, 심각한 부작용 발생 위험은 36% 증가했다. 연구진은 PPI가 면역 반응을 약화시키거나 항암제가 흡수되고 대사되는 경로를 방해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 생물학적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만성질환 약물군에서는 생존율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베타차단제, ACE 억제제, ARB, 칼슘채널차단제 등 일부 혈압약은 심각한 부작용 증가와 연관됐지만 치료 성과와 생존 결과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또한 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과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은 생존율과 부작용 측면에서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이 정리한 약물군별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약물군별 연구 결과 정리
| 구분 | 약물군 | 연구에서 확인된 내용 | 의미 |
|---|---|---|---|
| 부정적 영향 신호 관찰 | 양성자펌프억제제(PPI) | 전체 생존율·무진행 생존율 감소, 심각 부작용 36% 증가 | 치료 효과 저하 가능성. 면역·대사 과정 영향 가능성 제기 |
| 영향 불확실, 생존에는 영향 없음 | 베타차단제, ACE 억제제, ARB, CCB | 부작용 증가 경향. 생존율 관련성 없음 | 치료 중 부작용 관리 필요 |
| 의미 있는 영향 없음 | 스타틴, 메트포르민 | 생존율·부작용 변화 없음 | 중립적 결과 |
연구를 이끈 나타슈 모디 박사는 암 환자들이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지만, 약물 상호작용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구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모디 박사는 “이번 분석은 비암 치료 약물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약물 병용이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플린더스대학교 애슐리 홉킨스 교수도 “특히 PPI는 의사 판단 없이 중단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검토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후향적 데이터 분석으로 인과관계를 확정하지는 않는다. 항암제 종류, 병기, 대사 상태, 기저질환 등이 크게 다른 환자 집단이 포함돼 있으며, 약물-약물 상호작용의 실제 작용 경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규모와 통계적 일관성은 암 치료 과정에서 일반 약물의 영향을 체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Cancer Medicine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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