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조차 풀기 어려운 복잡한 계산을 수행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연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는 외부 간섭에 극도로 취약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수십만 개가 필요하다. 실제 구현은 지금까지 수백 개에 머물러 양자컴퓨터는 ‘꿈의 기술’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가능성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 한계를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물리학과 마누엘 엔드레스 교수 연구팀이 넘어섰다. 연구팀은 2025년 9월 24일자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Scalable neutral-atom quantum processor with 6,100 qubit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며, 세계 최대 규모인 6,100개의 중성 원자 큐비트를 배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 수백 개 수준에 머물던 중성 원자 플랫폼에서 단숨에 10배 이상 확장한 것이다. 엔드레스 교수는 “대규모 배열이 가능해진 지금, 오류 보정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사진=Caltech/Nature 제공]

[사진=Caltech/Nature 제공]
양과 질 동시에 잡은 세계 최대 6,100 큐비트 배열
연구는 ‘광학 핀셋(optical tweezers)’ 기술을 이용해 진행됐다. 연구팀은 고집광 레이저를 1만 2천 갈래로 쪼개 세슘 원자를 하나씩 붙잡아 격자 형태로 배치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원자를 포획해 최종적으로 6,100개의 큐비트가 정렬됐으며, 모니터 화면에는 점처럼 빛나는 원자들이 거대한 양자 하드웨어의 모습을 드러냈다.
주저자인 한나 마네츠치(Hannah Manetsch) 박사과정 연구원은 “각 원자가 점으로 찍힌 장면은 대규모 양자 장치가 실현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성과는 규모와 성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큐비트는 약 13초 동안 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유지했는데, 이는 기존 기록보다 10배 길다. 개별 조작 정확도도 99.98%에 달했다. 또 원자를 수백 마이크로미터 이동시키면서도 상태가 유지됐는데, 마네츠치는 이를 “물이 가득 든 유리잔을 들고 달리면서 흘리지 않는 것”에 비유했다. 이러한 안정성은 중성 원자 플랫폼이 초전도 회로나 이온 트랩 기반보다 오류 보정에 유리함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다음 목표로 큐비트 간 얽힘(entanglement) 구현을 제시했다. 얽힘은 단순한 정보 저장을 넘어 실제 양자 연산과 자연현상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이다. 공동 저자인 엘리 바타이유(Elie Bataille)는 “고전 컴퓨터와 달리 큐비트는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류 보정은 훨씬 더 정교한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중성 원자 기반 양자컴퓨터가 초전도 회로나 이온 트랩을 대체할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6,100개의 큐비트는 최종 목표인 수십만 개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치지만, 양자컴퓨터가 더 이상 이론적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기술로 진입하고 있음을 분명히 증명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Manetsch, H.J., Nomura, G., Bataille, E. et al. A tweezer array with 6100 highly coherent atomic qubits, Nature (2025). DOI: 10.1038/s41586-025-09641-4 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641-4
자료: Nature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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