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바이올린이 등장했다. 길이 35마이크로미터, 너비 13마이크로미터. 이를 눈으로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비교하자면, 인간 머리카락의 평균 굵기가 약 70㎛인 점을 감안하면, 이 바이올린은 머리카락 위에 2~3개가 나란히 놓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물리학자들이 머리카락 한 올 안에 들어갈 만큼 미세한 플래티넘 바이올린을 제작했다. 길이 35마이크로미터(㎛), 너비 13㎛ 크기로, 이는 평균적인 사람 머리카락 단면보다 좁고(‘가늘다’는 의미),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비교하자면,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생물인 물곰(tardigrade)보다도 훨씬 작으며, 지름이 약 70㎛ 정도인 인간 머리카락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미세 조형물은 장난감도, 장식도 아니다. 연구진은 자사가 개발한 신형 나노리소그래피(nanolithography) 기술의 정밀도를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이올린’을 선택했다. 마이크로미터나 나노미터 같은 단위로 설명하는 것보다, ‘머리카락보다 작은 바이올린’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편이 기술의 수준을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진=러프버러대학교 제공]

[사진=러프버러대학교 제공]

[사진=러프버러대학교 제공]
‘보이지 않는 기술’을 시각화하다
리소그래피는 반도체 공정에 널리 쓰이는 미세 패턴 전사 기술로, 나노리소그래피는 이보다 한 단계 정밀한 수준에서 수십 나노미터 단위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러프버러대 연구팀은 이 장비를 활용해 전기, 자기, 빛 같은 물리적 자극에 물질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 수확 기술이나 차세대 저전력 컴퓨팅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연구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연구진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이올린을 만들었다는 말은 언뜻 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그 작업은 우리가 현재 진행 중인 실험의 기반이 됐다”며 “이 시스템은 물질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저뿐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이 앞으로 이 기술을 어떻게 확장해갈지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쾌한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 조형물은 결국 첨단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도구가 됐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던 세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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