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암 동굴에서 신종 유사전갈 4종 발견…고립된 동굴 환경에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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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한국 석회암 동굴에서 유사전갈 신종 4종이 새롭게 보고됐다. 이들은 전장 1~3밀리미터 크기의 미소절지동물로, 색소가 거의 없고 시각기관이 퇴화돼 있다. 체형은 가늘고 연약하며, 먹이 포획에 사용되는 협각은 종마다 길이, 끝단의 굴곡, 이빨 배열 등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기존에 국내에서 확인된 동굴 서식 유사전갈보다 형태적 다양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동굴마다 독립 진화한 신종 유사전갈 4종

이번에 보고된 유사전갈은 유사전갈목(Pseudoscorpiones), 슈도티라노크토니우스과(Pseudotyrannochthoniidae), 스펠레오크토니우스속(Spelaeochthonius)에 속한다. 학명은 스펠레오크토니우스 두기굴렌시스(S. dugigulensis), 금굴렌시스(S. geumgulensis), 마귀할미굴렌시스(S. magwihalmigulensis), 야미굴렌시스(S. yamigulensis)로 명명됐으며, 각각 한 개의 동굴 또는 석회암 지형에서만 서식하는 동굴 고유종(endemic species)이다.

연구진은 각 동굴에서 채집된 개체들을 에탄올에 고정하고 형태 계측, 분자 분석 등 통합 분류학적 절차를 통해 신종임을 확인했다. 네 종은 모두 계통적으로 독립적이며, 형태학적 구조와 DNA 분석 모두에서 종 간 차이를 명확히 보였다.

동굴에서 발견된 유사전갈 네 종의 모습(A–D).
전통적인 전갈과 달리 꼬리 끝에 독침이 없고, 몸길이가 1~3mm로 매우 작으며, 눈이 퇴화돼 보이지 않는다. 색소도 거의 없으며, 긴 집게발(협각)은 먹이 사냥에 특화되어 있다. 각 개체는 서로 다른 동굴 고유종이다. 아래 눈금은 1mm 크기를 나타낸다. [사진=Jeong et al., 2025, PLOS One / CC-BY 4.0]

각기 다른 동굴, 독립적인 생물군 보유

이 연구는 한국 석회암 지형 내 지하 생물군이 동굴 단위로 고립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같은 속(屬) 내 종들 사이에서도 유전적 거리가 크고, 각 개체군이 특정 서식지에 국한돼 있어 생물지리학적 경계가 명확하다. 기존에 한국에서는 다섯 종의 동굴 서식 유사전갈만 보고됐으며, 이번 발견으로 기록 종 수는 아홉 종으로 확대됐다.

현재 한국에는 1,000개 이상의 동굴이 분포해 있으나, 생물학적 조사는 일부 지역에만 제한돼 있다. 유사전갈처럼 서식지가 좁고 이동성이 낮은 생물종은 기후 변화, 지하수 오염, 인위적 개발 등에 의해 서식지 소실 위험이 크다. 개체 수가 적고 특수 환경에만 적응된 동굴 생물은 보전 필요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 석회암 동굴에서 발견된 유사전갈들의 외형과 유전적 관계
왼쪽은 이번에 발견된 신종 유사전갈의 실제 모습으로, 몸길이 3mm 이하이며 집게발처럼 생긴 협각이 과도하게 발달해 있다. 오른쪽 계통도는 네 종이 서로 다른 유전적 그룹(Clade A, B, C)에 속하며, 개체 간 유전적 차이와 계통 분화를 보여준다.
[사진=Jeong et al., 2025, PLOS One / CC-BY 4.0]

이번 발견은 한국 석회암 동굴이 여전히 학술적으로 미개척된 생물다양성의 핵심 서식지임을 보여준다. 특히 각각의 동굴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유사전갈 신종은, 동굴 생태계가 외부와 단절된 채 독립적으로 진화해왔음을 시사한다. 이들은 기후 변화, 오염, 인간 출입 등 환경 교란에 민감하게 반응해, 지하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 주목된다.

연구는 국가 차원의 동굴 생태계 조사 확대와 지하 생물자원 목록화의 체계적 추진 필요성을 강조한다. 동굴마다 고유한 종 구성이 확인된 만큼, 지역 맞춤형 보전 전략과 서식지 단위의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 기존의 단일 종 중심 접근만으로는 고립된 환경에 특화된 미소절지동물의 다양성과 분포 특성을 포착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기록되지 않은 지하 생물을 발견하고 정리하는 일은 이 어두운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보전을 위한 핵심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번 신종 기록은 미탐사 상태에 놓인 한국 동굴 생태계의 실체를 드러내는 출발점으로, 향후 종 다양성 해석과 서식지 보전을 위한 과학적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Kyung–Hoon Jeong et al, Four new species of dragon pseudoscorpions (Pseudoscorpiones: Pseudotyrannochthoniidae: Spelaeochthonius) from caves in South Korea revealed by integrative taxonomy, PLOS One (2025). DOI: 10.1371/journal.pone.0325375

자료: PLoS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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