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아웃백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머치슨 와이드필드 어레이(Murchison Widefield Array, MWA)가 3단계 확장을 마쳤다. 초기 우주에서 나온 희미한 신호부터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SETI)까지 다뤄온 이 망원경은, 차세대 초대형 전파망원경(Square Kilometer Array, SKA)으로 이어지는 교두보 역할을 하며 당분간 전파천문학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안테나 8,192기로↑· 데이터 처리 능력 4배↑
MWA는 일반적인 거대한 접시형 망원경과 달리, 땅 위에 배치된 소형 쌍극자(dipole) 안테나들이 네트워크처럼 연결된 형태다. 2단계에서는 약 4,096개 안테나가 20㎢ 범위에 설치됐으나, 이번 업그레이드로 안테나 수는 8,192개로 두 배 늘었다. 관측 구역도 30㎢로 확대돼 더 먼 우주를 더 선명히 볼 수 있게 됐다.
안테나가 늘어난 만큼 처리해야 할 데이터도 폭증했다. 이를 위해 새 상관기(correlator) ‘MWAX’가 도입됐다. 각 안테나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조합해 하나의 이미지로 합성하는 장치로, 이번 업그레이드로 망원경의 데이터 출력은 약 4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초기 우주의 ‘재이온화 시대(Epoch of Reionization)’ 탐사할 예정이다.
재이온화 시대(Epoch of Reionization)는 빅뱅 약 4억~10억 년 후, 첫 별과 은하가 등장해 방출한 자외선으로 우주에 퍼져 있던 중성 수소가 다시 이온화된 시기를 뜻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우주는 암흑 상태에서 벗어나 오늘날처럼 투명한 공간으로 바뀌었으며, 은하 형성과 초기 우주 진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이뿐 아니라 태양 활동과 전파 변광천체 연구에서 더 깊은 통찰을 기대하고 있다. 더 넓은 하늘을 더 짧은 간격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전파 변광천체의 발생 시점과 밝기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또 주파수대별 스펙트럼 변화를 동시에 기록해 방출 메커니즘과 주변 환경까지 규명할 수 있다.

미스터리 ‘ORC’ 규명 기대
ORC(Odd Radio Circles)는 수십만~백만 광년에 이르는 희미한 전파 고리로, 중심에 은하가 자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원은 불분명하다. 초신성 잔재처럼 보이지만 규모가 훨씬 크고, 은하 충돌이나 과거의 거대 전파은하 활동과 연관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업그레이드된 MWA는 70~300MHz 저주파 대역에서 민감도를 크게 높여, ORC의 테두리에서 전자 연령과 자기장 구조를 추적할 수 있다. ASKAP·MeerKAT 고주파 관측과 결합하면, 단순한 충격 껍질인지 은하 로브의 재점화인지 구분할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SKA 가동을 앞두고 필수적인 교량 역할을 한다. 4년 뒤 완공될 SKA 1단계는 서호주와 남아프리카에 각각 설치되며, 서호주에 건설되는 SKA-로우(SKA-Low)는 총 131,072개의 안테나로 구성된다. MWA에서 축적된 대규모 안테나 배열 운영 경험과 데이터 처리 기술은 SKA-로우 구축과 초기 운용에 직접적으로 활용된다.
이번 540만 달러 규모 확장을 통해 MWA는 안테나 수를 두 배로 늘리고, 데이터 처리 능력을 네 배로 끌어올렸다. 이로써 SKA 완공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MWA는 저주파 전파 관측에서 가장 강력한 실험 장비로 자리매김하며, 초기 우주 연구와 이상 전파 원(ORC) 탐색 같은 핵심 과제를 선도하게 된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Universe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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