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티라노사우루스(이하 T.렉스)인 줄 알았던 화석이 사실은 나노티라누스(Nanotyrannus)라는 완전 별개의 종이란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최강의 포식자 T.렉스의 그늘에 가려져 역사 속에서 사라졌던 비운의 공룡 나노티라누스의 실체를 파헤쳐 본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린지 자노 박사와 뉴욕 스토니브룩대의 제임스 나폴리 박사 팀은 몬태나주의 한 지층에서 발견된 소형 티라노사우루스 골격을 정밀 분석해왔고, 연구 결과는 지난해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실렸다. 초식 공룡과 엉킨 모습으로 발견된 이 화석은 일명 ‘결투하는 공룡(Dueling Dinosaurs)’으로 불리며 유명해졌다. 연구팀은 이 화석이 새끼 T.렉스의 것이 아니라, 고생물학자들이 수십 년간 찾아 헤맨 나노티라누스의 성체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르다
정체성 논란은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굴된 작은 두개골을 두고 학계에서는 ‘새끼 T.렉스’와 ‘소형 나노티라누스’라는 서로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뼈의 나이테(growth rings) 분석을 통해 약 6미터 크기의 이 화석이 이미 성장을 마친 성체임을 증명했다. 14미터에 달하는 성체 T.렉스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크기다. 그 외 여러 신체적 특징에서도 명확한 차이가 드러난다.
💪 팔 길이: 나노티라누스는 몸집이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팔 길이는 성체 T.렉스와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길었다. 특히 손가락뼈와 발톱이 더 발달했다.
🦴 척추 개수: T.렉스의 꼬리뼈가 약 40개의 척추로 이루어진 반면, 나노티라누스는 35개에 불과했다.
🧠 두개골 구조: 뇌신경 패턴, 부비동 구조, 이빨 개수 등 성장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해부학적 특징들이 T.렉스와 판이했다.

[사진=노스캐롤라이나 자연과학 박물관]
‘망각의 강’에서 건져 올린 ‘제인’
연구진은 이번 데이터를 통해 또 다른 유명 화석인 제인(Jane)도 재연구했다. 분석 결과 제인 역시 새끼 T.렉스가 아닌 나노티라누스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팀이 제인을 기존 란센시스(Lancensis) 종보다 약간 큰 새로운 종인 ‘나노티라누스 레테우스(N. letheus)’로 명명했다는 것이다. 레테(Lethe)는 그리스 신화 속 망각의 강에서 따온 이름으로, 수십 년간 정체가 잊혀진 이 공룡의 처지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백악기 후기 북아메리카에는 T.렉스를 포함해 최소 세 종의 티라노사우루스류가 공존했던 셈이다.

[사진=안드레이 아투친 제공]
재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다
이번 발견으로 고생물학계는 데이터를 새롭게 작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T.렉스의 연구 결과에 나노티라누스의 정보가 섞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T.렉스와 나노티라누스가 사실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포식자였다고 주장한다. 거대하고 무거운 몸집의 T.렉스는 사냥 시 커다란 머리와 강력한 턱뼈의 힘으로 승부했던 것과는 달리, 나노티라누스는 가벼운 몸과 엄청나게 빠른 속도, 큰 앞발을 이용해 먹잇감을 낚아챘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 News Explorer, “Newfound fossil is not a teen T. rex but a whole new spe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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