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는 줄고, 먹잇감은 늘었다···인간이 만든 생태계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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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 인간 어획 이전의 해양 생태계 기준선, 화석으로 재구성

수천 년 전 카리브해의 산호초에는 상어가 포식자로 군림했고, 다양한 어종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했다. 하지만 인간이 해양 생물을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한 이후, 이 질서는 무너졌다.

최근 미국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Smithsonian Tropical Research Institute, STRI) 연구팀은 파나마와 도미니카공화국 연안의 고대 산호초 화석을 분석해, 인간 어획 전후의 생태계 구조를 비교했다. 상어의 급감과 함께 포식당하던 물고기들이 급증한 현상은, 인간 개입이 먹이망 전반을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전 세계 상어 종의 약 36 %가 멸종 위협(위험 + 취약) 상태이며, 최근 50년간 해양 상어와 가오리의 개체 수는 71 % 급감했다.

상어는 75% 사라지고 먹이는 늘어나

연구팀은 7천 년 전 산호초 화석에서 상어의 피부 비늘인 덴티클(denticle)과 작은 물고기의 이석(otolith)을 분석했다. 덴티클 807개, 이석 5,724개를 수집해 어류 개체 수와 크기를 비교한 결과, 상어는 오늘날 산호초에서 7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간이 주로 잡아온 어종은 평균 몸길이가 22% 줄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상어의 먹이였던 중간 크기 어종에서 나타났다. 이들은 개체 수가 2배로 증가했고, 평균 크기도 17% 더 커졌다. 이는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먹이 생물이 늘어나는 ‘포식자 해제 효과(predator release effect)’의 실증 사례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제기됐던 이 현상을 실물 화석으로 검증한 최초의 결과다.

상위 포식자인 상어가 사라진 산호초 생태계에는 중간 크기 어종이 무리지어 번성하고 있다. 7천 년 전 화석 분석을 통해 인간 어획이 먹이망 구조를 어떻게 재편했는지 드러난다.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시각화)
[사진=Science Wave]

은신형 어류는 수천 년간 그대로

반면 산호 틈에 숨어 사는 작은 은신형 어종(cryptobenthic fish)은 개체 수와 크기 모두 7천 년 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포식자의 개체 수 변화나 인간의 어획 활동과 무관하게 개체 수와 평균 크기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들이 먹이망 상위 포식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보다, 오히려 서식지 구조에 더 크게 의존하는 종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물리적 은신처가 유지된다면, 먹이망의 구조적 교란에도 생존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먹이망의 상층 구조는 포식자 감소로 인해 쉽게 재편될 수 있지만, 일부 생물군은 수천 년간 생태계 변화에 높은 저항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고비(goby), 블레니(blenny), 닷트피시(dartfish), 호크피시(hawkfish) 등 다양한 은신형 어종(cryptobenthic fish)은 산호 틈에 몸을 숨기며 살아간다. 이들은 수천 년간 포식자 개체 수나 인간 어획의 변화에도 개체 수와 크기를 일정하게 유지해왔다.
AI로 생성된 이 이미지는 서식지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일부 생물군이 외부 교란에 강한 생태적 저항성을 보일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해양 생태계의 회복력 연구와 보존 전략 수립에 있어, 생물군마다 서로 다른 민감도와 회복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모든 생물이 동일한 방식으로 인간 활동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복원’은 7천 년 전의 산호초 생태계 상태를 실물 화석을 바탕으로 정량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의미다. 과거와 현재의 상어 비율, 어류 크기, 개체 수 등을 비교함으로써 인간 어획 이전의 먹이망 구조를 ‘기준선(baseline)’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오늘날의 산호초 생태계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며, 향후 보호구역 설계나 어획량 조절, 상위 포식자 회복 정책 등의 실질적인 관리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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